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불교의 우주론 (도문스님)

운문사 | 2005.12.26 11:18 | 조회 3759

삼계유여급정륜 백천만겁역미진 차신불향금생도 갱대하생도차신 나무아미타불

三界猶如汲井輪 百千萬劫歷微塵 此身不向今生度 更待何生度此身


우리가 사는 세계, 흔히 삼계三界라고 하는 이 우주는 어떻게 생성되었나를 이야기하기 위해 삼계라는 말이 들어있는 이 게송을 읊어보았습니다. 불자라면 불교에서 말하는 우주관은 어떠한지를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러한 법문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바수반두, 즉 세친이 저술한 아비달마 코샤(아비달마 구사론, 구사론)에 나타난 우주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구사론(俱舍論)에 나타난 우주론은 아비달마 특유의 우주관이라기보다는 불교에 도입되어 불교사상의 이면을 이루는 고대 인도인들의 우주론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학자들은 이야기합니다. 물론 근래의 자연과학적 자연관과 직접 관련되는 점은 없지만 오히려 근대인에는 결여된 예지와 직관 위에 인도인 특유의 무한한 상상력이 결합되어 구성된 이 고대인의 자연 인식에는 현대의 우리들에게도 무엇인가를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우선 천지개벽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구약성서에도 중국의 고대신화나 일본의 고대신화인 일본서기에도 신에 의한 천지창조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신이 천지를 창조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불교는 조물주, 우주의 지배자라는 관념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구사론에 의하면 '사트바 카르만'에 의해 우주가 형성된다는 이야깁니다. 우주를 생성하는 에너지와 하나의 개체, 한 인간이 살아 행위하고 동작하는 힘은 근원적으로 동일합니다. 우선 아무런 존재도 없는 광대하고 텅 빈 공간에 사트바 카르만의 힘이 활동함으로써 아주 작은 바람(微風)이 불면서 시작됩니다. 점차 이 바람은 작은 공간 속에서 그 밀도를 더해가고 급기야는 원반모습의 견고한 대기의 층, 즉 풍륜(風輪)이 이루어지고 이 대기층위에 물의 즉 지륜(地輪)이 형성되는데 이는 사트바 카르만의 활동에 의해 대기층 중심부 상공에 점차로 구름이 응집되고 그 구름이 장대비가 되어 대기층에 떨어지면, 이것이 쌓여 물의 층을 이루는 것입니다. 물의 층(水輪)은 다시 사트바 카르만에 의해 부는 바람으로 말미암아 끓인 우유의 표면에 막이 생기는 것 같이 점차 응고되어 상층의 7분의 2는 황금의 층, 즉 금륜(金輪)이 됩니다. 나머지는 7분의 5는 물의 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황금의 층 표면이 바로 대지(地輪)입니다. 대지 위에는 다시 순서에 따라 산, 강 등이 형성되며, 이리하여 여기 자연계가 완성됩니다. 자연계가 완성되면 여기에 생물, 즉 유정(有情, 사트바)가 발생합니다. 유정의 발생에도 순서가 있어 우선 천상세계부터 시작됩니다. 처음으로 하늘의 신들(天人, 天女 등 이들도 사트바의 일종에 지나지 않습니다.)이 생기고 다음으로 지표세계에 인간, 동물들이 생기고 마지막으로 지하세계, 즉 지옥에도 지옥의 사트바가 태어남으로서 세계 형성의 과정은 완료가 됩니다.

이 세계가 존재하는 기간을 성, 주, 괴, 공(成住壞空)으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成 - 세계의 형성과정이 20중겁

住 - 세계가 지속되는 과정이 20중겁

壞 - 지옥으로부터 시작하여 지상, 천상세계로 소멸해가는 과정이 20중겁 걸립니다.

세계가 무너질 때는 일곱 해가 나타나 산과 들을 태우고 그 위에 수재, 풍재가 겹쳐

자연계는 無로 돌아갑니다.

空 - 그런 다음에는 단지 광대하고 텅 빈 공간 이외에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은 공무의 기간이

20중겁 동안 계속됩니다.

이 성주괴공의 80중겁이 지나면 다시 사트바 카르만(有情)이 미풍을 일으켜 다음세계의 생성이 시작됩니다. 이 반복주기는 80중겁(약 12억 8천만년)에 이르며 이것을 1대겁이라고 합니다.

구사론의 이론에 따르면 법장비구가 48대원을 세워 서방정토를 이루었다는 것도,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이 계신 천당도 가능한 이야기라는 말이 됩니다. 한 번 생각해 볼 만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 자연계에는 수미산의 세계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대기의 층, 물의 층, 황금의 층 위에 대지가 있는데, 대지 중앙에 수미산이 우뚝 솟아 있고, 그 주위를 외륜산이 일곱겹으로 에워싸고 있습니다. 외륜산 제일 바깥의 니민다라산 바깥에 4개의 대륙이 있는데 동쪽은 불바제로서 땅의 모양이 반달모양이고, 서쪽은 구야니라 부르며 땅 위 모양이 직경 2만 유순의 둥근 원형이고, 남쪽은 염부주로서 땅의 모양이 한 변이 l1만 유순의 정삼각형에 가까운 형태이고, 북쪽은 구로주로서 땅의 모양이 한 변이 1만 6천 유순의 정방형이라고 합니다. 이 네 개의 대륙 바깥에 차크라발라라는 또 하나의 외륜산이 둘러싸여 있습니다. 중앙의 수미산과 외륜산 사이에는 물이 가득차 있고, 네 대륙은 이 바다의 동서남북에 각각 돌출되어 있다고 합니다. 수미산의 네 변은 동쪽에는 흰 은, 서쪽은 검은 수정, 남쪽은 에메랄드(푸른 유리), 북쪽은 황금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사는 염부주의 하늘빛이 푸른 것은 남쪽의 에메랄드빛이 반사되어 푸르게 보인다고 구사론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동불바제의 하늘은 은빛, 서구야니의 하늘은 수정빛(흑수정빛), 북구로주의 하늘은 금빛이라는 말이 됩니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수미산은 허리가 가는 모래시계와 같은 모습이며 산꼭대기는 한 변의 64만 유순의 정사각형의 평면이라고 하고 해와 달은 수미산의 잘룩한 허리 주위를 24시간을 주기로 한번씩 돈다고 합니다. 수미산의 허리 아래, 일곱 외륜산의 위, 해와 달의 위는 최하급 신인 사천왕이 거주하고 이들보다 상급의 天人들은 더욱 높은 공중에 거주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염부주 아래 16만 유순에는 넓이 16만 유순의 이비치지옥(아비지옥)이 있고 아비지옥 위에 팔열지옥(八熱地獄)과 팔한지옥(八寒地獄)이 있다고 합니다.

염부주 지하 4천 유순 되는 곳에 사자死者의 왕 야마(閻羅王)가 거주한다고 합니다. 아비달마의 설명에 따르면 염라는 지옥의 왕이 아니라고 합니다. 수미산 세계를 1천개 합친 것을 1소천세계, 소천세계가 천 개 모인 것이 중천세계, 중천세계가 천 개 모인것이 삼천세계, 또는 삼천대천세계라고 합니다. 이 삼천대천세계에는 10억개의 수미산 세계가 포함되어 있고 이 삼천대천세계가 우주의 총체라고 구사론에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1년에 한번 꼴로 광대한 우주 어디에선가 하나의 수미산 세계가 생겨나고 또 하나의 수미산 세계가 소멸되어 가는 것입니다. 이런 것으로 볼 때 고대 인도인이 상상한 대우주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삼계는 욕계, 색계, 무색계를 말하는데 욕계는 생물의 본능적 욕망이 성하고 강하게 작용하는 세계를 나타내며, 색계는 물질의 세계, 물질이 존재하는 세계, 욕에 대한 집착은 떨어져 있지만 아직 색에 대한 집착은 남아있는 세계를 나타내고, 무색계는 문자 그대로 색, 즉 물질이 없는 세계, 색에 대한 욕망마저 다 떨어진 세계라고 합니다.

지상세계에서 우리가 사는 곳은 수미산의 남쪽 염부주입니다. 염부주 북부에는 아홉의 검은 산이 가로 놓여 있고 더 북쪽으로 가면 눈의 산 저쪽에는 향기로 가득찬 산이 있으며 눈의 산과 향산 사이에는 뜨거운 불꽃의 괴로움이 없는 연못이 있고 여기에도 강가, 신두, 쉬타, 바크슈의 4대하가 흘러 염부주를 윤택하게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물은 차갑고 맑으며 달고 촉감이 경쾌하며 냄새가 없고 마셔도 배탈이 나지 않으며, 뛰어난 능력을 가진 자만이 이 연못에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제까지 말한 염부주는 고대 인도인의 두뇌에 비친 인도의 국토 그 자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남쪽으로 향해 바다 속에서 삼각형으로 돌출된 대륙, 북부의 산악지대, 그리고 눈의 산 히말라야, 강가는 갠지스강, 신두는 인더스강의 인도 이름입니다. 나머지 두 강은 갠지스강의 지류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이것은 혹서에 고통받는 인도인들이 그리고 있는 유토피아가 아닐까 하고 학자들은 말합니다.

이상으로 구사론에서 말하는 우주론을 살펴보았습니다.

언젠가 책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어느 유명한 목사가 천당은 저 하늘 위에 있다는데 도대체 어디 있을까 하고 천체망원경을 놓고 날마다 하늘을 쳐다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천당도 하나님도 보이지 않더라는 말과 함께 기독교에 대한 회의를 느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행자교육을 받으러 서울 조계사에 갈 때의 기차 안에서 생긴 이야기입니다. 행자도 스님이라고 옆에 앉은 중년부인이 궁금한 게 있다고 이것저것 물어보았습니다. 알고 보니 기독교인이었습니다. 인간 창조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입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보살님은 천당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있지요! 어디에 있습니까? 저 하늘에 있지요, 저 하늘 어디에 있습니까? 인간이 알 수 없는 하늘 저편에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사람은 막연했겠지요. 성경에는 더 이상의 설명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불교는 논리적이고 앞뒤가 딱딱 맞게 모든 것이 전개되어 있어 철학적, 사상적으로 가장 우수하다고 합니다.

다른 종교인들이나 신도들이 묻더라도 불교의 우주론에 대해 정확히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러한 오늘 법문 아닌 법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불교의 사상에 대해서 잠시나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 법문을 마치겠습니다.


원이차공덕 보급어일체 아등여중생 당생극락국 동견무량수 개공성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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