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치문반-도원스님

최고관리자 | 2015.01.19 12:04 | 조회 1769

지금 있는 자리에서 행복하십시오

도원 / 치문반

 

치문을 벗어나고자 희망속에서 2015년 새 달력의 첫장을 펼친지도 벌써 일주일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차례법문으로 대중 스님들께 행복을 드리고 싶은 치문반 도원입니다.

존경하옵는 어른스님 및 대중스님 여러분!

스님들께서는 지금 이 자리에서 행복하십니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을 끝없이 뒤로 미루면서 살아갑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행복을 목표로 삼으면서 지금 이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었습니다. “치문 이 시기만 벗어나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틀림없이 행복하게 될 거야, 그리고 사집이 되고, 금당과 설현당의 주인이 됐을 땐 비로소 강원에서의 행복은 완전해 지겠지?” 이렇게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인생의 각 단계에서 지금 이 시기를 벗어나게 되면 틀림없이 행복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먼 미래의 행복을 추구하며 소중한 치문생활을 흘러 보내던 어느 순간 그러한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진실로 그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 아니네라고 말입니다.

오랫동안 저에게는 언제나 진정한 인생이 막 시작되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항상 먼저 해결해야할 장애나 끝내지 못한 일 노력해야할 시간이 내 앞에 버티고 있었습니다. 행복에 길이 따로 있지 않다는 사실과 우리 앞에 닥쳐오는 많은 장애가 바로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결국 행복은 지금 현재 우리가 가고 있는 길 자체인 것입니다. 먼 훗날 달성해야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것입니다.

은사스님과는 장애인을 돌보는 복지일을 하며 직장 상하관계로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가장 소외 되고 약자인 그들을 돌보는 일이 저에게는 천직 같았습니다. 중증장애인들이 고통속에서도 무언가를 배워보겠다는 열의를 보면서 두다리가 있다는 것에, 볼수 있고, 말할 수 있다는 것에 오직 감사할 뿐 다른것에 욕심내지 말자 이렇게 생각하며 제 마음속 온전히 욕심을 걷어내 행복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제가 있는 자리에서 마음속 깊이 행복해 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고 외부에서 바라보는 천사라는 이미지에 사로 잡혀 무늬만 행복으로 살고 있는 저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직장을 벗어나면 또 다른 행복을 찾기 위해 끝없이 떠나야 했고 이렇듯 늘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 쫒아가는 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현재의 내 마음자리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고 있는 나는... 왜일까?

직장상사인 지금의 은사스님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쫒아가지 않고도 늘 안과 밖이 여일한 행복이란 없습니까? 어떻게 살아야 나도 행복하고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요?”

출가를 하세요. 이 세상에서 할 만한 공부는 부처님 공부밖에 없습니다. 찾고자 하는 답도 그 안에 있을 겁니다.” 함께 근무했던 동안 간간히 들었던 말입니다.

하지만 저의 원력이 부족했던지 바로 출가의 뜻을 이루진 못했습니다.

어느덧 제나이 40대 중반을 넘어서니 이 생에서의 출가는 포기해야되겠구나, 하고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 마치 하루밤의 꿈이듯 45년이란 바깥생활은 순식간에 정리가 되었으며 10년간 직장 상사였던 스님을 은사스님으로 모시고 저는 출가를 할 수 있었습니다.

머리카락을 깎고 옷을 바꿔 입었을 뿐인데 이것이 가지고 있는 힘이 뭐길래... 그러면서 실제로 행복을 움켜잡기엔 지금보다 더 나은 때란 없음을 가랑비에 옷 젖듯 자연스레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뒷통수를 뚫을 것만 같이 느껴지던 상반스님의 눈초리와 걱정이란 아름다운 말로 포장됐지만 송곳처럼 날카롭게 들리기만 했던 목소리도 염려와 격려의 아름다운 눈매였음을... 산새처럼 고운 상반스님들의 노래였음을... 치문이 거의 끝나가는 이 시점에 비로소 알았습니다.

그런 살얼음판이었지만 어른스님과 상반스님이 계셨기에 머트럽기만 하던 저희 치문반도 조금씩 장판때를 묻히고 염의한 옷을 입어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성장해 가는 것 같습니다.

 

대중스님여러분!

저희반이 남은 치문을 완성해 갈 수 있도록 격려의 박수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박수를 마음껏 보내주시는 어른스님과 대중스님, 그리고 한편 부끄럽지만 감사함과 뿌듯함을 느끼며 이 자리에 있는 저희 치문반. 행복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요?

대중스님여러분! 우리는 이미 행복은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찾아내고 만들어내는 것이다. 라는 것을 알기에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한 진실을 깨닫는 과정이 바로 우리의 수행적 삶 아닐런지요.

추운 날씨가 우리를 많이 힘들게 합니다.

따뜻한 말, 작은 배려와 함께 미소도 나누면서

대중스님 여러분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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