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행복한 구법의 길_사집반 수완스님

가람지기 | 2019.04.19 20:49 | 조회 134

행복한 구법의 길

사집반 수완

뜰 앞의 세 그루 매화꽃이 한겨울의 추위를 견뎌내고 드디어 짙은 향을 내며 봄 소식을 가져다 주니 사내의 목련, 산수유, 살구나무 등등이 너도나도 다투며 피고 있습니다. 이 생기발랄한 봄에 <행복한 구법의 길>로 차례법문을 하게 된 사집반 수완입니다. 대중스님 반갑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중국 산서성 오대산에서 불교를 접한 지도 이미 25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때 통역으로 우연히 문수도량 오대산을 가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음력730일 지장보살 성도절이었습니다. 그날 오대산은 사찰마다 참배객들로 붐비었습니다. 벽산사라는 사찰에서 한참 통역을 하고 있는데 금강계단에서 법문을 하시고 계시는 큰 스님께서 시자를 파견하여 저더러 불교에 귀의를 하라고 하시면서 저를 큰 스님 앞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갑작스레 발생한 일이라 얼떨결에 귀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저한테 처음으로 주셨던 경전이 불설무상경이였습니다. 호텔에 돌아와서 궁금증을 풀기 위해 경전을 펼쳐보니 글귀가 너무너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빌려 경문 중 한 단락만 읽어드리겠습니다.

佛說無常經

生者皆歸死 容顔盡變衰 强力病所侵 無能免斯者 假使妙高山 劫盡皆壞散 大海深無底 亦復皆枯竭 大地及日月 時至皆歸盡 未會有一事 不被無常呑 上至非想處 下至轉輪王 七寶鎭隨身 千子常圍遶 如其壽命盡 須臾不暫停 還漂死海中 隨緣受衆苦 循環三界內 猶如汲井輪 亦如蠶作繭 吐絲還自纏 無上諸世尊 獨覺聲聞衆 尙捨無常身 何況於凡夫 父母及妻子 兄弟幷眷屬 目觀生死隔 云何不愁歎 是故勸諸人 諦聽眞實法 共捨無常處 當行不死門 佛法如甘露 除熱得淸涼 一心應善聽 能滅諸煩腦

불설무상경

<태어난 자 모두 죽음으로 돌아가고 곱던 얼굴도 다 늙어가고 힘 센 사람도 병이 드는 법이니, 이것을 면할 수 있는 자는 없다네. 설사 묘고산이라 해도 겁이 다하면 다 무너져 흩어지고 큰 바다 깊어서 바닥이 없을 정도라 해도 역시나 다 말라 없어지리라. 대지와 해와 달도 때가 되면 다 없어지리니 무상에게 먹히지 않은 것은 일찍이 한 가지도 없었다네. 위로는 비상비비상처에서 아래로는 전륜성왕에 이르기까지 7보로 몸을 장식하고 천명의 아들이 늘 둘러싸고 있다 해도 그 수명이 다하면 잠시도 머물지 못하고 죽음의 바다 속으로 돌아가 표류하면서 인연에 따라 갖가지 고통을 받는다네. 삼계 안에서 돌고 도는 것은 물을 길어 올리는 수차(水車)와 같고, 누에가 고치를 만들면서 실을 토해내 도리어 스스로를 얽어매는 것과도 같다네. 위없는 모든 세존과 독각 그리고 성문들도 오히려 덧없는 몸을 버리거늘 하물며 범부에 있어서랴. 부모와 처자식, 형제와 권속이 삶과 죽음이 통하지 못하는 것을 눈으로 보면 어찌 근심하며 한탄하지 않으리오? 그러므로 모든 이들에게 권하노니 진실한 법을 분명히 듣고 마땅히 불사(죽지 않는)의 문으로 들어서야 하리라. 불법은 감로와 같아 열기를 없애고 시원함을 얻게 해주나니 응당 한마음으로 잘 들으면 모든 번뇌를 없앨 수 있으리.

대중 스님들~~~ 이 경구를 듣는 순간 마치 목마른 사람이 감로수를 마시듯 통쾌하고 청량한 느낌이 안드십니까? 저는 당시 그러한 느낌을 받고 !!! 인생이란 참 무상하구나. 별게 없구나~~~이 경에서 얘기 한 것처럼 사념주, 사정근, 사여의족, 오근, 오력, 칠각지, 팔정도, 37조도품으로 수학修学하면 반드시 고,,,도를 바로 볼 수 있는 정견을 얻을 것이며 원만한 진리를 증득할 수 있을 것이라. 그럼 부처님이 말씀 하신대로 수행자가 되어보리라는 발원을 하게 되고 공무원 직업을 버리고 오대산으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오대산은 문수보살님의 도량으로서 서기 68년에 가섭마등(迦叶摩腾)과 축법란(竺法兰) 두 조사가 화엄경에 의거하여 오봉산을 찾아오게 되였고 그때부터 문수도량으로 정해졌습니다. 그래서 화엄세계를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유학승들이 법을 구하러 가게 되었습니다. 구법승 중에서 가장 유명하신 분이 신라시대 자장율사님입니다. 자장율사님께서는 오대산 중대에 있는 세발지(洗钵池혹은 태화지太和池)에서 문수보살님을 친견하시고 문수보살님의 진언과 가사, 사리를 얻고 신라로 돌아와서 오대 적멸보궁에다 모시게 되었고 강원도 오대산을 중국 오대산처럼 문수도량으로 만들게 되었으며 불보 사찰인 통도사를 창건하게 되였습니다. 그 외에도 왕오천축국전의 주인공인 혜초스님 또한 오대산 보리사에서 입적하신 기록이 있습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오대산은 한국불교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곳입니다.

현재 오대산 내에는 140여개의 사찰이 있을 뿐만 아니라 약 6000여명의 스님들이 상주하고 계시며 임제종, 정토종, 천태종, 밀종 등등 여러 종파의 스님들이 함께 어울려 수행하는 모습으로 불국토를 이루고 있습니다.

1996년도에 오대산에서 거주하고 있던 제가 우연히 중한불교교류단으로 오신 한국의 큰 스님들을 안내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스님들께서 헤어지기 전에 참 좋은 출가감이네요. 한국에 운문사라는 비구니 강원이 있는데 출가해서 공부할 생각이 있으면 연락주세요.” 당시 그 말씀 한마디에 저는 한국에 운문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대한민국의 최고의 비구니 강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또한 출가를 해서 꼭 운문사에 가서 공부하리라는 서원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그 이듬해에 마침 운문사에서 오신 졸업생들을 안내 하면서 운문사에 대한 인상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이 세상에 우연은 없는 듯합니다. 시간은 흘러흘러 어느덧 20여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러다 3년 전 은사스님과의 신중한 대화 끝에 드디어 출가의 원과 운문사에 올 수 있는 기회가 이루어졌습니다. 마냥 중국에서만 생활했던 제가 하루아침에 대한민국 조계종의 행자로 적응하기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신발을 벗고 하루 종일 갔다 왔다 하는 것, 걸상없이 방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있는 것, 하루세끼 공양 준비하는 것, 하루 세 번씩 모시는 예불, 풀옷 다루는 것, 제일 어려운 것은 존칭어를 적절하게 쓰는 법 너무너무 난이도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하고 싶어서 한 출가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포기 할 수 없는 이유 중 제일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훌륭하신 은사스님을 만나게 된 인연입니다. 저의 은사스님은 제가 만났던 무수한 중국과 한국스님 중 제일 공경하고 사랑하는 스님이기 때문입니다.

은사스님께서 항상 하시는 말씀이 수완스님, 우린 세상에서 제일 행복 한 길을 선택했으니 더 이상 바랄게 없는 거지요. 오로지 행복하게 수행해서 멋있는 수행자가 되기만 바랍니다. 이미 출가 했으니 원만하게 강원생활 잘 마치고 항상 행복하게 삽시다!” 이 평범한 말 한마디가 항상 저의 좌우명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힘이 되어 오늘 날까지 강원 생활을 잘 적응 하고 있는 듯합니다.

일 년 전 폭설 내리던 3월의 그 날이 어제인 듯한데 운문사에 들어온 지 어느덧 일 년이 지났습니다.천 오백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운문사 내에는 조선시대 중건한 비로전, 500세가 되는 처진소나무, 400세가 되는 은행나무, 폭설 속에서 피어있었던 뜰 앞의 세 그루 매화나무, 사시장철 찰찰 흐르는 이목소, 북두칠성까지 뚜렷하게 볼 수 있는 밤하늘..... 이 일체로 이루어진 장엄한 운문사가 바로 극락세계였습니다. 거기에다 대한민국의 대강백이신 회주스님까지 친견할 수 있으니 더 이상 한이 없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제가 은사스님께 드리는 첫 편지에다 이러한 시를 한편 보냈습니다.

入云门寺虎踞山下云门寺 春降天花示吉祥 庄严道场花烂漫 只剩快活作佛去

그러나 150여명이나 되는 대중과 같이 생활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수행과정이었습니다. 25명의 도반들과 24시간 한 공간에서 호흡하며 살아야 하니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겠습니까! 수많은 마찰로 인한 순간순간의 화, 폭풍우처럼 쏟아지는 발로 참회, 사물을 다룰 때의 어려움, 상반스님들이 오해할 때도 변명할 수 없는 막막함, 더구나 매일매일 끊임없이 아픈 육체의 고통 등등을 이겨내기 힘들어 보따리까지 두 번 싼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또 수시로 받는 어른스님들의 관심, 위로해 주는 상반스님들의 따뜻한 한마디 말씀, 서로 탁마해주는 25명의 도반스님들, 찰나찰나 뒤돌아볼 수 있는 견고한 불심이 오늘날까지 오게 되어 법석에 앉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운문사의 역사는 계속 이어지고 아름다운 향기를 낼 것입니다. 저 또한 운문사에 와서 수행할 수 있다는 게 너무너무 다행스럽고 행복합니다. 마지막으로 묵연스님의 시로 끝을 맺을까 합니다.

 

더 바랄게 없네

 

오직

지금 이 순간만이

삶의

모든 것이네

오직

이 순간에 살 때에만

삶의

절정에 이르네

지금 여기

청풍료에 앉아

적막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그로써 더 바랄게 없네

 

감사합니다. 성불하십시오.

사집반 수완 합장

 

20194월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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