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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거산 운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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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안녕하세요, 가람지기입니다.

가람지기 | 2009.09.22 11:00 | 조회 2875
초립 님께 한 가지 힌트를 드리자면,
'국어는 국어사전을 불교는 불교사전을!' 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

국어사전에 있는 은사, 득도, 계사, 수지의 의미도 틀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늘 사전적 정의가 모든 것을 아우르지는 않는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은사스님이라고 말하면 처음 출가하여 의지하며 살 만한 스님입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스님들의 느낌은,
'나를 부처님의 참된 제자로서 새로 태어나게 해 주신 분'이라는
그래서 스님으로서의 새 생명을 주신 분이라는 느낌을 갖고 있습니다.
같은 말이지만, 느낌이 참 다르죠?

득도라는 단어는 '道'자를 쓰면 말 그대로
깨침을 얻었음을 말한다고 하겠으나,
'度'자를 쓰면 처음으로 뜻을 두어 출가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면서
구족계(비구:250 계, 비구니:348 계)를 수지한 수행자를 의미합니다.

계를 수지한다는 것은 받아 지닌다는 의미를 가진
'受持' 가 맞고요,

계법을 받아지닌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어떤 물질로 전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절에 다니시면서 수계산림에 동참해 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일정기간 동안 열리는 수계산림법회를 통해 
계를 받을 제자들은 큰스님들을 통해 부처님의 법음을 듣습니다. 
특히 이 기간동안 설해지는 법문은 '계율'이 중심이 될텐데, 
계율은 불자로서 인생을, 세상을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문제의 
해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계율 강의(혹은 법문)을 듣고, 윤회를 거듭하는 동안의 우리들이 
알게 모르게 지은 죄업을 진심으로 참회하여 
진정한 부처님의 제자로 거듭나겠다는 스스로의 발원 끝에 
수계식을 거행하는데, 
이 때 3사 7증, 즉 세 분의 계사 스님과 일곱 분의 증명법사 스님들께서 
다시 한 번 계법을 설하십니다. 

계는 5계, 10계 및 스님들의 구족계, 보살계 등이 있어서, 
각각의 계법에 대한 철저한 실천을 목표로 삼습니다. 

그러나 '계를 받는다'라고 해서 눈에 보이는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법을 철저하게 지키며 
내 마음으로부터의 자유를 구현하는 것이 
6바라밀에도 나오는 지계의 덕목이라 할 것입니다. 

아, 눈에 보이는 것도 있겠네요. 
재가 신도분들도 수계산림에 동참하여 수계식을 하시면 
"계첩"이라는, 요즘은 상장 모양을 한 것을 받으실 수 있어요. 
이것은 대한불교 조계종의 신도로서 
수계식을 통해 정식 불자가 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 팔꿈치 안쪽으로 '연비'라는 것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향불로 살짝 지지는 건데...
어린이 여름불교학교를 끝내고 연비의식을 할 때
어린이들이 적잖이 무서워들 하죠. 
하지만, 저도 어릴 때 해 봤습니다만, 별로 뜨겁지도 않아요. 

이것은 지금까지의 나를 불살라 없애고, 
새로 태어남을 의미합니다. 
동양 전통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화장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잖아요. 
그처럼 향불을 통해 이전의 나를 화장하고, 
앞으로의 나는 완전히 새로 태어나는 사람이 되는 것이죠.


두 번째 질문 가운데...
상좌라는 말은- 국어사전에 의하면 '선배 스님'을 일컫는 말이 되겠네요.
그것도 맞습니다.
스님들은 구족계를 받은 날로부터 '법랍'이라고 하는 나이 계산법이 있습니다.
쉽게 생각하시면 출가한 햇수를 스님들만의 나이라고 생각하시면 좋겠네요.
그래서 세납, 즉 태어난 나이에 관계없이
먼저 출가한 사람이 윗사람이 되는 것인데,
이는 부처님께서 이발사였던 우팔리 존자를 석가족의 왕자들 보다
먼저 삭발했다는 이유로 앞자리에 두셨던 데서 기인합니다.
즉 앞자리에 앉을 수 있는 스님을 일러 상좌라고도 합니다-만,
저희 운문사에서는 잘 쓰지 않는 말이네요.

같은 단어의 다른 뜻을 보면, '한 스승의 대를 잇는 제자'라는 뜻이 있습니다.

저희 은사스님께는 제가 '상좌'가 되는 거죠.

또한 수좌라는 단어는 요즘은 '선방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을 일컫는 용어'로
많이 쓰입니다만, 일반적으로 스님을 통칭하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큰스님들께서 수행하는 후배스님을
존중하고 높여서 부르는 단어이기도 한지라, 
웬만한  스님들은 다른 스님을 일러 감히 'oo수좌'라고 하지 않습니다.
재가 불자님들이 스님들을 일컬을 때도 마찬가지이지요.

즉, 상좌와 수좌같은 단어는
일종의 스님들의 전문용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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