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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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안녕하세요, 가람지기입니다.

가람지기 | 2009.09.11 13:32 | 조회 3062

안녕하세요, 가람지기입니다.
운문사를 아끼는 마음에서 먼 곳에서부터 찾아주신 윤일원 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먼 곳에서부터 찾아주셨는데, 관람료와 주차료 때문에 마음이 상하셨군요.

하지만. 입장을 바꿔서 한 번 생각해 봐 주시겠어요?

이곳은 관광지이기 전에 200여 스님들이 수행하고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 낯선 이들이 찾아와서 무턱대고 사진을 찍어가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 시간과는 관계 없는 소란이 생긴다면... 좀 불편하겠죠?

물론 스님들은 이른바 관광지에 살고 있음을 각오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불편함을 호소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문화재 관람료가 그 불편의 대가는 아닐까, 오해하지는 말아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다만, 문화재 관람료는 말 그대로 운문사가 가지고 있는 천년의 역사와
그에 상응하는 문화재들을 유지 보수하기 위한 비용이며,
주차료는 이 아름다운 환경에 대한 감사의 인사로 쓰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운문사는 대가람입니다.
목재 건물만 30여 동에 이르는데, 이 건물들을 늘 깨어있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또한 10년 넘게 이어온 입산 통제를 통해 되살아나고 있는 이 고마운 자연에게
자동차 매연은, 말 그대로 독일 수 밖에 없습니다.

천 년을 견뎌온 세월은 운문사라는 무정물이 견뎌온 것이 아닙니다.
살고 있는 스님들의 애정과 찾아주시는 많은 불자님들의 도움에 의한 것입니다.
그저 호기심으로, 그렇게 많은 비구니 스님들이 살고 있다고 하니까
등의 이유로 한 번 찾아주시는 분들이라 하더라도,
이 가람과 이 자연의 일원으로서 작으나마 상부상조의 마음으로
보시를 행한다 마음 먹으시면,
먼곳에서부터 찾아주시는 기쁨이 더 커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사족이지만...
해마다 여름이면, 산에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습니다.
누구나 이 나라, 이 강토를 사랑한다고 말은 하지만,
계곡 곳곳에 남아있는 무수한 쓰레기를 통해
'사람은 결국 이럴 수 밖에 없나...'하는 생각을 참 많이 합니다.

또 한 번 그런 여름을 보냈습니다.
여기에 살고 있는 스님들은 당연한 마음으로 사람들이 다녀간 자취를 지우고
버려야 할 것은 버리고, 재활용 할 것은 재활용 합니다.
그러나 우리 스님들 손으로 다 하지 못하는 것은
다시 한 번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한 여름 뙤약볕 아래서 계곡 물에서, 자갈 틈마다에서 쓰레기를 줍는 분들께
시원한 음료수 값이 된다 생각해 주시면,
운문사 주차료가... 그렇게 비싼 가격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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