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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 낮춘 오체투지로 집착-욕망 내려놓다

청운 | 2009.05.06 03:35 | 조회 2701

삼보일배가 새로운 수행법으로 떠오른 가운데 부산 혜원정사도 삼보일배 오체투지를 시작했다.

삼보일배가 새로운 수행법으로 떠오른 가운데 부산 혜원정사도 삼보일배 오체투지를 시작했다.

고향에서 출발해 몇 달 동안 오체투지로 수미산을 오르는 티베트 사람들의 모습에는 업장소멸을 기원하는 간절함이 배어 있다. 그리고 그들은 고행의 길에서 온 몸을 땅에 내던져 절하면서 세속에서의 집착과 욕망까지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번뇌의 갑옷마저 훌훌 벗어버림으로써 마침내 수미산 정상에 올라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법열에 휩싸인다.

그런데 지금 한국불교에 오체투지 수행 바람이 일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삼보일배 오체투지를 재가불자의 수행과정으로 시행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곳은 월정사, 통도사, 혜원정사, 홍법사, 대광명사 등이다.

오대산 월정사는 삼보일배 대정진을 통해 자기성찰과 새해원력을 발원하기 위해 매년 새해 첫날 삼보일배 수행을 하고 있다. 삼보일배를 하면서 지난 한해를 돌아보고 새해의 원력을 세워 지극한 마음으로 발원하는 시간을 갖는 것. 한해동안 자신과 남을 무던히도 괴롭혔던 집착과 오만을 내려놓고 새해를 맞는 수행이다. 때문에 참가를 희망하는 대중도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박재현 월정사 종무실장은 “참가 대중들의 호응이 크고 매년 신청자도 늘어나 매월 1회 수행프로그램 운영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월정사는 또 2004년부터 매년 1·4·7·9월에 입학하는 1개월 단기출가 행자들이 삭발식을 갖는 날이면 어김없이 삭발탑 의식과 함께 삼보일배 정진시간을 갖고 속세에서부터 지고 온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하고 있다. 그리고 삼보일배 수행의 유래가 전해지는 불보종찰 통도사는 매월 첫째 토요일에 적멸보궁 사리탑 삼보일배 철야정진 수행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통도사수련동문회 주관으로 시행하고 있는 삼보일배 수행은 먼저 설법전 지하법당에서 1080배의 절로 마음을 다잡고, 새벽 1시 일주문을 출발해 새벽예불 시간에 맞춰 보궁까지 오체투지로 오른다.

삼보일배는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가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기 위해 여러 해 동안 세 걸음 걷고 한번 절했다고 하는데서 유래됐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 통도사에서 제2기 행자교육원을 개설했을 때 다시 시작해 게으름을 경책하고 교만함을 떨쳐냄으로써 수행의 본분을 지키고 보리심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월정사, 통도사 등에서 불기 시작한 삼보일배 수행 바람은 불도 부산에서 보다 강해지고 있다. 부산 혜원정사는 3개월에 한번씩 사찰 순례법회를 열면서 삼보일배 수행을 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수행시간이었던 지난 3월 30일 속리산 법주사 삼보일배에 90여명이 참여했을 정도로 호응도 또한 높다. 이 자리에서는 출·재가의 구분도 없었다. 주지 스님이 맨 앞에 섰고 일주문에서 대웅전까지 한 명의 낙오도 없이 삼보일배 수행을 마쳤다. 혜원정사는 불자들의 신심을 더욱 북돋기 위해 시작한 삼보일배에 불자들의 호응도가 높게 나타나자 횟수를 늘려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부산 홍법사는 매월 둘째 토요일 오후 8시부터 도량을 돌며 삼보일배 수행을 하고 촛불발원으로 회향한다. 사계절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49500㎡의 넓은 도량에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진행되는 삼보일배에는 매월 20명의 고정 참여자 이외에도 많은 불자들이 참여해 수행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또한 부산 해운대구에 자리잡은 도심포교당 대광명사도 지난 3월 22일 법당에서 첫 번째 삼보일배 수행을 시작한데 이어 매월 네 번째 일요일마다 도량 주변을 따라 오체투지를 할 예정이다. 대광명사는 이후 부산의 대표적 관광명소인 해운대에서 삼보일배 수행을 함으로써 오체투지를 포교의 방편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제 막 불기 시작한 삼보일배 오체투지 수행바람은 집착과 오만을 내려놓고 겸손을 배움으로써 행복하고 넉넉한 마음을 갖는 수행프로그램으로 널리 확산될 전망이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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