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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떠들고 졸고 ‘좌충우돌’ 산사생활

청운 | 2009.05.06 03:47 | 조회 2943

충북 괴산군 감물면 박달산의 자연을 벗삼아 지어진 아름다운 사찰 무심사에는 목탁소리나 염불소리보다 장난꾸러기 열 동자스님의 웃음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테마가 있는 뉴스변상욱의 기자수첩아주 '獨'한 인터뷰'피겨여왕' 김연아, 소아암 환자 찾아 격려희망의 메신저 지체장애인 '코보드'철을 종이처럼 다루는 조각가, 강은구 전시회속가에서 한창 어리광 피우며 떼쓸 나이에 부모의 사별과 이혼으로 저마다 가슴 아픈 사연을 마음에 품고 절에 모였다.

지광스님과 선공스님은 상처를 안고 절에 찾아오는 아이들을 ‘부처님이 주신 인연’이라며 한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어느새 동자승은 6명으로 훌쩍 늘어났고 지난해 7월 KBS 인간극장 ‘꼬마스님 여름일기’ 방송이 나간 후에 4명의 동자승이 더 인연이 돼 이제는 대가족을 이뤘다.

1등을 놓치지 않는 모범생 첫째 묘덕스님(15), 만능 스포츠맨에 얼짱인 묘정스님(14), 호기심 많은 묘각스님(13), 유일한 여자 동자승인 미소천사 묘법스님(10), 부지런한 묘인스님(10), 화를 절대 내는 일이 없는 묘성스님(9), 항상 웃고 있는 묘광스님(9), 맡겨진 일을 항상 열심히 하는 묘훈스님(8), 영특한 묘현스님(8), 재간둥이 막내 묘공스님(6)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한 가족이 된지도 어느새 5년. 지광스님은 아이들을 자신의 호적에 올려 부모와 자식의 인연을 맺고 살아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동자승들의 이름도 법명으로 계명해 정말 한 가족이 됐다. ‘스님아빠’ 지광스님과 ‘스님엄마’ 선공스님은 동자스님들이 과거의 아픔을 딛고 훌륭한 큰 스님으로 자라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어린나이지만 큰 스님이 되겠다는 포부를 안고 있는 동자승들은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새벽 5시 20분에 눈을 뜨는 동자승들은 법복을 걸쳐 입고 법당으로 향한다. 불경을 외며 아침 예불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제히 졸기 시작하는 이들에게 지광스님은 엄포를 놓는다. 그러나 졸음은 이겨내기 힘든 고통. 아무리 불경을 소리쳐 외어 봐도 졸음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학교를 다녀온 후에도 저녁예불을 드린 후 빨래며 청소며 공부까지 하루 일과가 간단치 않다.

첫째인 묘덕스님은 “열심히 공부해서 먼저는 불교 경전을 연구하는 학승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우리 스님아빠처럼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스님이 되고 싶어요”라며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아이들의 얼굴이야 원래 해맑은 법이지만 예불을 드릴 때의 동자승의 모습에는 티 없이 순수한 가운데 얼핏 성스러운 기운까지 배어난다.

열 동자스님들이 호랑이처럼 무서워하는 지광스님은 “처음 부처님 옷을 입고 수행하는 것을 물들임이라고 한다”며 “동자스님들 물들임을 알록달록하지 않게 곱고 확실한 색깔로 들여줘야 한다”고 엄한 수행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혼을 내는 지광스님이라고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스님이기는 하지만 아직 한창 놀고 싶을 나이에 새벽 예불을 모시고 피곤해하는 아직 어린 스님들이 안쓰럽기만 하다. 하지만 잘못을 알고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책임감에, 곱고 바르게 키우고 싶은 욕심에 지광스님은 아픔 마음을 다잡고 오늘도 엄하게 가르친다.

갑자기 무심사가 떠나갈 듯 소란스러워진다. 지광스님이 동자스님들을 위해 저녁공양으로 갈비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기자가 “스님은 고기를 안먹지 않습니까?”라고 묻자 지광스님은 “아직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골고루 영양을 섭취해야 한다”며 “나중에 성인이 되서 먹고 안 먹고는 자기들 몫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숨소리도 내지 않고 맛있게 먹는 동자승들의 모습에 지광스님과 선공스님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그러나 아무리 스님이래도 역시 아이들이다. 새벽 예불시간에는 조는 것은 다반사요. 학교 다녀오면 장난치고 떠들기 일쑤다. 덕분에 조용한 절간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마를 날이 없다.

지광스님과 선공스님은 하루에도 열두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 일쑤이지만 두 스님은 밝고 맑게 자라는 열 동자의 얼굴에서 순수한 불심의 세계를 만난다.

지광스님은 “때론 동자승들에게 배운다”고 말한다. 열 동자승들이 어느덧 어린 부처가 다 된 모양이다.

어른들과는 달리 계산이라는 것을 모르고 천진난만하기만 한 동자스님들. 지광, 선공스님은 열 동자스님들을 보며 밝은 웃음을 끝까지 지켜주고 싶다고 한다. 이렇듯 묵묵히 동자들을 거두는 두 스님이 있기에 어엿한 스님으로 커갈 모습이 벌써부터 그려진다.

충청매일 김민정 기자 / 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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