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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안녕하세요, 가람지기입니다.

가람지기 | 2009.03.20 10:44 | 조회 2293

이정환 불자님, 안녕하세요. 가람지기입니다.

^^ 불자님과 같은 의문 때문에, 정법을 만나기 어렵다고 하는 겁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일단 접어두고라도 2500년이 넘는 불교 역사 속에서

불교가 인정한 논사(論師)의 주석과 소초, 논문만 해도 어마어마한 분량입니다.

멀리 인도의 마명, 용수, 세친보살의 유식 중관 등 부터

중국과 우리나라 원효스님 까지

많은 스님들과 불교학자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연구하고 심화 발전시켜 왔습니다.

단적으로 원효스님 한 분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고자 해도

'완벽하게' 그 분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에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 연구가 부처님에 이르자면, 어떨까요?

스님들이 출가하여 승가대학, 즉 전문 강원에서 4년간 경전 공부를 한다고는 하지만,

팔만사천 법문에 대해서는 '새발의 피'에도 미치지 못할 분량이죠.

즉, 이미 제시되어 있는 길을 따라 나선다고 하더라도

불교의 정법을 만나고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렇듯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겁니다.

이정환 불자님께서는 이미 불자라고 밝히셨음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위대한 불교 사상가를 두고 오쇼 라즈니쉬를 언급하시니

아쉽고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는 불교의 일면을 취한, 시대가 낳은 사상가일 뿐입니다.

이미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정법으로 향하는 8정도와 4성제의 가르침이 있으며

부처님께서 실제로 수행하셔서 본보기를 보여주신 수행의 길이 있는데,

그것과 오쇼의 사상을 비교하려 하시다니요?!

단순한 명상은 불교가 아닙니다. 그저 불교적 용어를 차출하여 그것이 불교인 양

말장난을 했을 뿐이죠.

어떤 명상이나 수행이나 일단 수행의 결과로서 몸이나 생각에 변화가 올 수는 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단순히 그 결과를 위해 수행을 하니까요.

하지만 이정환 님께서 겪으셨다는 카타르시스가 인간성의 변화로 이어져

참된 자아를 찾고 그 자아를 유지하여 인간 세상의 참된 영웅으로서의 성품을 유지하셨나요?

의식의 확장에 따른 대 자유를 누리고 누구나가 인정할만한 인간성으로 변화 발전하여

누구에게나 당당하게 "나는 깨달음을 이루었다. 모든 천상과 인간세상의

진리를 꿰뚫을만한 지혜를 갖추었다."라고 선언하실 수 있으십니까?

불교의 수행은 궁극적으로 누구나가 인정할만한 '법 없이도 살만한 사람'의 실현에 있습니다.

어렵지도 않지만 쉽지도 않죠.

오쇼가 깨친 사람이라는 것은 그의 기준입니다.

그가 설한 갖가지 방편과 이론 곳곳에는 불교적 정수가 깃들어 있긴 합니다만,

불교를 공부하는 한 사람으로서 결정코 정법이라 말 할 수는 없겠군요.

그가 자유를 누렸다고 한다면, 뭐 그렇다고 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대신, 우리는 우리가 가진 시각이 얼마나 올바른가를 끊임없이 돌아보며

바른것과 비뚤어진 것을 바로 살필 줄 알아야 할 일입니다.

이미 오쇼의 사상이 세속에 물든 것 같다고 판단 하셨다면 스스로의 판단을 믿으셔야죠.

경전 곳곳에서 차용한 누군가의 말에 현혹되지 않는 것.

그것이 어렵기 때문에 정법을 만나기 어렵다고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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