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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안녕하세요, 가람지기입니다.

가람지기 | 2009.03.26 18:32 | 조회 2444

장지수 님, 안녕하세요, 가람지기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족이란 서로에게 관세음보살이 되어줄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에 장지수 님의 글을 보니, 마음이 아프네요.

부처님의 가르침을 달라고 하셨죠?

제가 배운 바, 부처님의 가장 핵심적 가르침 중 하나는 바로 '인연'의 법칙입니다.

이 단어가 단순화 되어 요즘은 누군가를 만났다 헤어진다는 뜻으로만 생각하곤 하는데,

인연이란 한 가지 사건의 출발과 끝,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즉 어떤 일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원인'이 필요하다는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저 개인적으로는 장지수 님 보다는 큰누님의 외침이 더 크게 들리는군요.

장지수 님은 '가족이기 때문에 용서를 해야지'라고 생각하신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지금 그 고통의 대상이 '가족'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셨을 건가요?

또 누님이 그런 행동과 언설을 하는 지경에 이르도록 여러 가족들은

어떤 '원인'을 제공하셨는지요?

우주의 삼라만상 그 어떤 현상에도 원인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습니다.

우리가 미처 알고 있지 못하는 그 어떤 원인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이렇게 인터넷으로 만나는 결과도 생기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런 원인들을 먼 과거,

즉 흔히 말하는 바와 같이 '내가 전생에...' 따위로 까지 소급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30년 가까운 세월동안 누님에게는 분명히 많은 '원인'이 있었을 겁니다.

또 하나, 장지수 님은 스스로의 머리 속, 가슴 속에서 일어났다 사라지는

생각 등을 모두 본인 스스로 이해하고 계시나요?

"나도 내 마음 잘 몰라."라는 말은 노랫말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누구도 자신의 마음, 자신의 생각을 완벽히 통제하지 못합니다.

그런 마당에, 감히 누님을 이해하겠다는 결심을 하셨으니... 장하시네요!

우리 중생들이 가장 마지막에 도착해야 할 '부처님의 마음'은

바로 "내 마음, 내가 제대로 잘 알아."의 경지입니다.

내 마음이 환하게 밝아져 한 점 그림자도 없을 수 있다면,

상대방은 저절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똑같이 우는 것 같지만, 엄마들은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배가 고픈지, 실례를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엄마기 때문이 아니라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늘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세음보살"의 이름은 '중생의 기쁨과 슬픔을 단순히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의 끝자락 까지도 관찰을 하기 때문'에 관세음보살이라 이름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관세음보살'의 눈과 마음으로

서로를 살펴보고 이해할 수 있는 인간관계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가족에게는 누구보다도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대화 좀 하자."라고 시작해서는 더더욱 어색할 뿐이죠.

늘 서로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수 있고,

고민을 털어놓거나, 속 상한 일을 시원하게 이야기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필요에 따라 같이 욕도 해 줄 수 있는,

그렇게 마음으로부터 가장 가까워질 수 있는 사람이 가족입니다.

반면 그런 대화가 없다면 한 집에서 살고 있지만

우주의 반대편 끝에 있는 사람들처럼 멀 수도 있습니다.

자세한 상황은 모릅니다.

하지만,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는 누님의 목소리를 이제라도 온 가족이

따뜻하게 들어주고 보살펴 준다면,

이제껏 살아 온 30년 보다 더 행복한 30년을 기다릴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떠올려 보십시오.

손가락 까딱 할 기운도 없을만큼 몸살을 앓아 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신가요?

'많이 아팠었지.'라고 기억은 나지만 그 고통은 기억나지 않을 겁니다.

모든 일은 그 순간이 지나면 '기억'일 뿐, '실체'가 남지 않습니다.

오늘 장지수 님의 고통도 이 순간이 지나면 '기억'이 될 거라 믿으면서,

알고 모르고 지었던 지난 날의 잘못을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하고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관세음보살이 되어주세요.

진실한 노력은 생각보다 힘들지도 않고 오래 걸리지도 않아 통하게 되어있답니다.

부디, 장지수 님 가정에 부처님의 밝고 밝은 자비 광명이 깃들길 기도하겠습니다.

나무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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