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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불교계 우는 아이 취급?

가람지기 | 2008.09.04 17:02 | 조회 1922

MB, 불교계 우는 아이 취급?

청와대 추석 맞아 불교계에 ‘다기’ 선물 빈축
교계, “선물보단 종교차별 사과하는 게 우선”
청와대, 총무원장 생일 축전도 10일 후 전달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20만 불자들이 시청 앞 광장에서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했음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이명박 정부가 최근 불심(佛心) 달래기 일환으로 추석 선물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8월 31일 “한가위를 앞두고 전직 대통령, 국가 유공자, 소외 계층, 불교계 등 각계 인사 5000여명에게 추석 선물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독 불교계를 특정해 “다기 세트를 보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당직자와 일선 공무원들이 지역 사찰에 전화를 걸어 스님들의 인적사항과 연락처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선물 통보를 받은 충청 지역의 한 스님에 따르면 범불교도 대회 직전 한나라당의 당원이라고 밝힌 사람이 전화를 해 주소와 전화 번호 등을 일일이 파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교계에서는 청와대의 난데없는 이런 호의(?)에 대해 “불교계를 조롱하는 처사”라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범불교도대회 상임집행위원장 진화 스님은 “이명박 대통령은 2000만 불자들이 왜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했는지를 아직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다기 세트 정도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자들의 분노를 달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추석을 맞아 불교계에 전달할 것은 그 동안 발생한 현 정부의 종교편향과 관련해 뼈저리게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이라며 “우는 아이 달래듯 먹을 것 몇 개를 주고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추석 이후 불교계로부터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지난 6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생일을 잘못 파악해 10여일이 지난 다음에 생일축전을 보내는 결례를 범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축전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관 스님의 호칭을 '지관 님'으로 표기한 것으로 드러나 종교지도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 25일 지관 스님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축전을 우편으로 보냈다. 그러나 지관 스님의 생일은 6월 14일, 이미 10일이 지난 후였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과거 참여정부 때는 총무원장 스님의 생일에 맞춰,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총무원을 방문, ‘축하 난’을 전달했었다”며 “축전을 보내려면 스님의 생일에 맞춰 보내는 정도의 상식은 지켜야 하지 않느냐”며 “이것만 보더라도 현 정부의 불교 홀대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교계가 더욱 분노하는 것은 청와대의 후속 조치다. 청와대가 축전을 잘못 보내는 결례를 범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도 이렇다 할 사과 표명조차 없었다.

조계종 종회의원 정범 스님은 “지난 5월 이명박 대통령은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목회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축하 동영상을 보내는 등 정성을 다하면서 유독 불교에 대해서만 홀대를 하고 있다”며 “현 정부 출범 이후 숨 돌릴 틈도 없이 벌어지는 종교편향적인 행위들이 모두 실수라고 강변하면서 어떻게 순복음 교회 50주년 행사는 그 흔한 실수 한번 없이 축하 동영상까지 보낼 수 있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라고 비꼬았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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