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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일째...

자연지키미 | 2008.04.22 13:23 | 조회 2000
69일째

<새만금을 통해 나 자신과 우리 사회의 모습을 되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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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에서 나 자신과 우리 사회의 모습을 되돌아봅니다.
변해가는 새만금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무수한 생명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그리고 그 침묵의 아우성에서 들려오는 찬란한 생명의 소리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망해사(望海寺)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만경강과 동진강이 서해 바다로 흘러가기 전에 잠시 숨을 고르는 지점에 진봉산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진봉산 끝자락에서 새만금 갯벌이 바라보는 곳에 천년고찰 망해사(望海寺)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망해사는 예로부터 서해의 아름다운 낙조를 보기에 좋은 위치로 소문이 나 있기도 하며,
실제 망해사 뒤편 진봉산에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는데 중간에 낙조대가 있습니다.
진봉산은 서해바다로 흘러가는 만경과 동진의 모양새처럼 낮은 자세로 넓디 넓은 서해를 맞이합니다.

망해사에는 ‘파도소리를 듣는 집’이라는 요사채인 청조헌(聽潮軒)과
‘서해바다를 즐긴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낙서전(樂西殿)’이 있습니다.
만경강과 동진강이 해와 달이 이끄는 자연의 순리대로 흘러가며
세상의 근심을 씻겨주듯 들려주는 물소리와 파도소리를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망해사이며,
끝없이 광활하였던 새만금 갯벌의 경관을 볼 수 있던 곳이 바로 망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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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사(望海寺)는 단지 ‘바다를 바라보는 사찰’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바다(海)는 마음(心)에 비유하여 사용된다 합니다.
‘바다를 바라보다’는 의미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마음을 돌아보다’는 의미라 합니다.
예로부터 마음은 하늘보다 높고 광할한 땅보다 넓으며 바다보다도 깊다 합니다.
그만큼 마음을 돌아보며 나 자신을 돌아본다는 것이 어렵다는 말일 것입니다.
선인들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이 마음의 산물)라 가르치며
세상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하였지만,
이곳에 서서 변해가는 새만금을 바라보는 순례단의 마음은 아프기만 합니다.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모두가 말하는 선진사회.
그러나 우리는 자연을 버리면서 선진사회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자연 자체를 물질로 보지 않고 인격을 부여하고 조화를 이루었던 선조들의 삶의 문화가 사라진 시대라 합니다.
모두가 잘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부자 되라는 말이 덕담이 되어버린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들을 되돌아보는 최소한의 용기가 필요할 듯 합니다.
자연이 만들어 준 아름다웠던 위대한 유산을 후대에 전하지 못하는 우리 시대의 아픔을 위로하면서,
침묵의 과정에서 배우는 찬란한 생명의 소리를 잊지 않기위해서라도
자연에 대한 애정과 겸허함을 배워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순례단은 한때는 바다이자 생명의 터전이었던 새만금 갯벌이 토해내는 슬픈 아우성이 들리는 망해사에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며 하루 여정을 시작하였습니다.



<또 하루의 여정이 시작되고>

새만금을 둘러 싼 지난한 여정을 돌아보며,
더 낮은 자세로 더 겸손함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성찰하라는 가르침을 주는 새만금이 바라보이는
이곳 망해사에서 하루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말 없이 더 큰 가르침을 주는 새만금을 보는 일정이라 오늘 순례길은 다른 날과 달리 말이 별로 없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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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시간에 맞춰 한 두 분씩 망해사로 오시기 시작하였고,
“오늘 하루 발걸음이 우리가 새로워지는 발걸음 되기를 바란다”
는 차흥도 목사님의 기도로 하루 순례길을 출발하였습니다.

망해사 뒤편에서 바다를 경배하듯이 나지막하게 자리한 진봉산에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이곳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남쪽은 동진강이고 북쪽은 만경강입니다.
서쪽으로는 새만금 방조제가 있는데 오늘은 안개가 있어서인지 잘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만경강 건너편 북쪽은 군산인데 예로부터 유명하였던 (구)옥구염전이 있고,
밤새 불야성을 이루며 국내 최대라는 81홀의 골프장, 그리고 미군 비행장이 보입니다.
남쪽으로는 광활한 만경평야가 보이는데 일제시대인 1920년대에 간척해서 만들어진 지평선과 같은 논이 보입니다.

오늘 순례단은 여기 망해사를 시작으로 오전에는 진봉산을 거쳐 심포항으로 지나서
한때 거전갯벌이라 불리웠던 지역을 순례하였으며,
오후에는 만경강 건너편에 있는 군산의 어은리에서 하제에 이르는 지역을 순례하였습니다.

오늘 순례길은 훼손된 자연을 벗삼아 즐기는 우리 사회의 죄스러운 단면을 볼 수 있던 날이었습니다.




<여기가 바로 거전갯벌이었습니다>

한 때 생명의 터전이었던 곳이 있습니다.
이곳에 오는 사람 누구나 위대한 자연의 생명력에 경외심을 배웠으며,
침묵속에서 들려오는 경이로운 자연과 생명의 순리에 감동을 받던 곳이 있었습니다.

한 때 거전갯벌이라 불리웠던 지역이 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거전갯벌이라 불리우지만, 그 경이로움은 이제 슬픔과 죄스러움으로 변했습니다.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완료된 이후 이곳 갯벌은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아 사막처럼 변했습니다.
그래서 바람이 불면 모랫바람이 불면서 모래먼지가 날려 주변지역 주민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주민지역들이 피해에 대해 민원을 내고 있어
한국농촌공사측에서 염생 식물 씨앗을 뿌려 염생식물을 자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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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눈과 사고로는 헤아리기 힘든 그 무수한 세월동안
해와 달, 바닷물과 민물, 비와 바람,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형성한
자연의 역사이자 보금자리였던 새만금 거전 갯벌.
변해버린 거전 갯벌을 보노라니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이 앞에 서서 누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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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버린 거전갯벌에 앉아 말없이 예전 모습을 회상해봅니다.
이곳에 찾아 느끼었던 그 감동을 마음 한구석에서 찾아보려 노력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주민들과 생명들이 느꼈을 그 슬픔을 함께 찾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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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어느날 거전 갯벌)


나도 한때는 너희처럼 생명을 보듬어 안아주던 거전갯벌이었노라고,
다시금 생명의 터전으로 살아갈 수 있게 생명수를 공급해 달라고
말없이 아우성을 외쳐대는 거전갯벌에서 오전의 일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



<물고기 은덕을 이야기 하던 어은리(漁隱里), 국내최대 규모 81홀 골프장옆에서>

오후 일정이 시작된 곳은 전라북도 군산시 옥구읍 어은리(漁隱里)입니다.
물고기의 은덕을 이야기 하던 이 지역이 이제는 국내 최대 골프장 지역으로 변했습니다.
자연의 은덕을 칭송하던 소리가 사라지니 이제는 골프장에 대한 칭송이 있나 봅니다.
상가의 간판이 ‘골프00’ 같은 표현이 눈에 들어오네요.

이 지역은 원래 (주)세풍그룹이 염전으로 개발해서 사용하다가,
F1 그랑프리 자동차 경주장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다가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당시 유종근 전라북도지사가 5억원의 뇌물을 받아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감옥에 있다가,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가 다 끝나갈 무렵에 특별사면으로 석방되었습니다.
이후 다른 사업자가 인수하면서 골프장으로 건설을 했던 것입니다.
골프장 건설 당시엔 폐수가 방류되어 백합이 집단폐사하자
하제 마을의 주민들이 겨울 엄동설한에 한 달간 천막농성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전북도와 군산시가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바람에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적이 있습니다.

이에 이곳에는 수만리의 길을 떠나 여기 옥구의 갯벌을 경유지 삼아
또 다시 수만리의 길을 떠나는 철새들의 처절한 군무도,
물고기 은덕을 이야기 하던 선조들의 지혜도 사라진 이곳에는
이제 국내 최대의 규모라는 골프장이 주인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어은리에서 하제마을에 이르는 긴 제방길을 걸어가며,
제방길을 경계로 바다와 나뉘어지는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분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뭇생명의 죽임과 죽음이 있고,
지금도 여전히 질기디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해수라는 생명수를 기다리는 자연앞에서,
변해가는 새만금을 보며 골프를 치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골프라는 운동(?)에 대한 호볼호의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과 생명을 대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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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라는 골프장을 지나며
누구를 탓하기 앞서 순례단 스스로도 수려한 자연을 벗삼아 시대를 바라보던 지혜는 사라지고,
인공적인 조경 자연과 훼손된 자연유산을 벗삼아 살아가지 않았는지를 스스로 되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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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일정은 쉴새없이 뿜어져 나오는 골프장의 처리수가
새만금 담수호와 만나는 하제마을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오늘 순례길에는 지역이 지역인지라
새만금과 관련한 활동을 열정적으로 진행하시며, 기억하는 분들이 많이 참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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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새만금 연구회에서 연구원으로 계시는 강경표님은 “새만금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운하에 관해서는 당연히 반대”라고 합니다. “우리 문화는 강을 따라 발전했습니다. 운하로 인해 많은 문화와 문화재가 파괴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생태환경 파괴로 인해 주위 주민들에게 심각한 문제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기 앞서 “이명박 대통령이 욕심을 버리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기 바란다”며 당부의 말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그 동안 새만금을 통해 환경의 존귀성, 간척사업의 부당성을 알리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전북환경운동연합의 김진태 사무처장님은 환경연합 식구들과 함께 참여하셨습니다. 김진태 처장님은 “물은 자연의 한 부분입니다. 생명의 필수요소죠. 잘못 다루면 홍수 등의 재앙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정치적 경제 이슈로 물줄기를 돌린다는 것은 안 될 말입니다. 또 역사, 문화 등을 송두리째 말살하려는 처사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합니다. 또한 우리 사회가 군사독재 정권이 아닌 시대인지라 “대통령 당선을 위한 이슈이자 공약으로 등장했지만, 국민의 지혜와 의지가 모아지면 일방적으로 강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도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가 국가의 장래와 후손들을 위한 안목으로 생명존중을 기반으로 하는 정책을 펴주길 바란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새만금에서 새만금을 바라보고, 새만금을 통해 나 자신과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는 하루의 여정에 함께 참여해주신 많은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오늘 순례단은 단장이신 이필완 목사 / 차흥도 목사 / 김규봉 신부 / 문규현 신부 / 홍현두 교무 / 김현길 교무 / 수경스님 / 연관 스님 / 지관 스님 / 이원규 시인이 참여하였습니다.

하루 순례길 동참자로는 김우영, 주영숙(생명평화마중물) / 조태경 외 고산산촌유학센터의 학생들 / 최광식(드림교회) / 조연희(지리산생명평화결사) / 이재윤 외 14명(평화동 성당) / 정국 스님(망해사) / 이원경 교수님(수원대) / 김진태 외 4명(전북환경운동연합) / 이광철(대통합민주신당 국회의원) / 강경표 외 3명(전북대학교) / 노홍원 외 1명(중앙중도훈련원) / 김경안 프란치스코 외 4명(군산 소룡동 성당) / 임명진 외 11명(전북민예총) 등이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일정 안내>

● 제70일 / 4월 21일(월)
군산 평화센터에서 승용차로 출발 후 군산 하제항 도착 - 남수라(점심) - 군산 내초도앞 갯벌(오후3시 도착) - 군산 내초도 / 새만금 기원제(3시) 및 대화마당

● 제71일 / 4월 21일(월)
금강 출발행사(오후 2시 / 하구둑. 마서면 도삼리) - 화양면 옥포리

● 제72일 / 4월 22일(화)
화양면 옥포리 출발(동학사 기도회) - 와초리 - 완포리 - 용산리 - 신성리 갈대밭(원불교 기도회) - 시음리 - 웅포대교 도착 종료 /

* 정확한 출발 장소 및 시간은 도보순례단에게 전화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부안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후원해주셨습니다.
* 새만금생명평화전북연대 주용기 공동집행위원장님이 길안내를 해 주셨습니다.
* 전북 환경운동연합에서 점심식사를 후원해 주셨습니다.
* 군산 밝은 교회에서 저녁식사를 후원해 주셨습니다.
* 평화바람에서 숙박장소를 후원해 주셨습니다.

* 도보순례 1일 참가 일정과 수칙은 www.saveriver.org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2008. 4. 20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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