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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아홉 굽이 돌아가는 영산강에서 자연을 닮은 사람들을 만나다 [57일째]

최원구 | 2008.04.12 10:37 | 조회 2090

오늘 순례단은 영산강의 모습을 닮은 어머니를 만나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물길 옆에 형성된 자연을 닮은 마을들과 역사를 만났습니다.

또한 억겁의 시간동안 자연이 기록하는 시간을 만났습니다.

영산강이 앞으로도 강답게 흘러갔으면 좋겠습니다.

<아흔 아홉 굽이 돌아가는 영산강에서 자연을 닮은 사람들을 만나다>


<새벽 안개에 쌓인 몽탄역에서 시작된 순례길>

지난 밤 순례단이 머물렀던 몽탄성당은 새벽 안개가 자욱하게 깔리어 평소와는 다른 세상인 듯 하였습니다.

영산강 인근의 지역이라 그런지 안개는 오전 일정동안 순례단과 함께 하였습니다.

안개 덕분에 순례단은 경로상에서 먼 지역을 볼 수 없었지만,

그동안 순례단이 경험하지 못하였던 수묵화 같은 세상을 만났습니다.

례단 역시 안개속으로 사라져버릴 것 같았습니다.



순례단은 몽탄역에서

“인생도 다양한 길이 있다. 제대로 된 길을 가느냐. 길 아닌 길을 가느냐.

제대로 된 자신의 길을 갈 때 생명과 자유를 얻는다. 우리의 길이 생명과 평화가 넘치는 길이 되기를 희망한다”

는 차흥도 목사님의 기도로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순례단은 오늘 몽탄면 소재지의 몽탄역을 출발하여, 구산리, 돈머리, 덕암리를 거쳐 해창 제방을 거쳐

함평천과 영산강이 만나는 동강교 인근에서 점심식사를 하였으며,

이후 함평군 학교면 곡창리 강변길을 따라 월호리 종별산(이별바우산) 밑 영산강 강변에서 종료되었습니다.

이 구간에서 영산강은 대치천과 석진천, 덕암천을 만나고 동강교에서는

무안천과 엄다천이 합류되어 흘러온 함평천을 만나 흘러갑니다.


<몽탄역에서 이별바우산까지 역사를 말해주는 영산강>

순례단이 안개낀 몽탄역을 출발하여 처음 만난 것은 농업용 수로의 모습이었습니다.

정부기관에서 시행하는 이 농업용 수로 조성 사업으로 인해 이제 하늘만 바라보고 농사를 짓는 일은 거의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논 옆에서 수많은 생명체를 품어주던 도랑은 사라지고 거대한 인공구조물만 시골풍경의 주인인양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영산강 혹은 저수지와 연결된 농수로에는 농사를 짓지 않는 겨울동안 물이 흐르지 않아 시멘트 구조물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논 두렁 옆의 시민트 수로에는 썩은 물만 가득하였습니다.

이 물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으나,

인간이 자연을 조절할 수 있다는 오만함은 결국 썩은 물을 그대로 영산강에 내뱉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농업용 수로의 모습을 보며 나아가던 순례단은 덕암리를 거쳐 몽탄 양수장에서 영산강을 다시 만났으며,

이후 함평천이 영산강과 합수되는 지역에서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영산강과 만나는 함평천은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의 연평균을 보면

2006년(2.8㎎/L)과 2007년(2.4㎎/L))로 모두 II등급에 해당하는 하천입니다.

그러나 함평천이 영산강과 만나는 동강교 인근 지점의 함평천은 온통 탁한 물만 흐르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함평천의 수질과 관련하여 환경부 수질 측정망과 국토해양부의 국가수자원관리 종합정보시스템의 수질 자료가

서로 상이하여 월별 평균 비교는 무의미하더군요)



함평천과 영산강이 만나는 동강교의 모습입니다.

총 연장 500m의 동강교는 수면에서 다리 상판의 하단에 이르는 높이가 약 5m 내외에 이르는 매우 낮은 교량입니다.

순례단이 한강과 낙동강을 거쳐 영산강을 따라 걸어가면서 만났던 교량에는 이렇게 낮은 교량들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새롭게 만들어지는 교량 중에서도 이렇게 낮은 교량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멀쩡한 교량들이 운하라는 계획에 의해 다시 만들어질 지 모르겠습니다.

일부 토목업체는 이러한 계획에 의해 이익을 얻을지 모르지만, 소비되는 국민세금은 누가 감당할지 의문입니다.



순례단은 동강교 상류 1km 지점에는 ‘대굴포 전라수군처치자영터’를 알리는 안내판을 만났습니다.

안내판의 설명에 의하면, 이 지역은 조선시대 전라도 수군의 최고 지휘부였던 전라도 수영터였던 문화유적지라 합니다.

본래 수영은 전북 옥구에 위치하였으나, 해로의 중앙에 위치하지 않고 한쪽에 치우쳐있어 방어가 어려워,

무안현 대굴포로 옮기었다 합니다. 그러나 이 대굴포 역시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에 위치하고,

영산강 자체가 사행천이며 좁은 지역이 많아 바다에서 가까운 목포로 옮기었다 합니다.


지금도 이 지역에는 당시 수영과 관련된 명칭들이 고스란히 전해져오고 있다 합니다.

설명문에 의하면 당시의 배가 정박하던 포구는 토사에 의해 논이 되고,

전함이 오가던 뱃길을 가로질러 포장도로가 개설되어 있어 처치사영터의 흔적은 찾기 어렵게 되었다 합니다.



강을 따라 형성된 우리의 역사. 비단 이 지역에만 역사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강을 따라 마을을 이루고 공동체를 이루면서 형성된 우리 조상의 삶의 흔적과 무수한 역사들.

영산강은 말없이 흘러오고 있지만 그 속에는 우리 선조들의 삶의 자취가 그대로 남아 세월을 건너 우리에게 흘러오고 있습니다.

강물이 흘러오면서 전해주는 우리 역사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흘러 우리의 아이들이 전해 듣게 될 것입니다.



순례단의 여정은 이 대굴포를 지나 강이 굽이치는 월호리 이별바우산 밑에서

“한강과 낙동강을 거쳐 영산강을 걸으니 좋습니다.

우리와 함께 걷는 이 발걸음에서 생명의 가치와 평화에 대한 바람이 함게 생겼으니 좋습니다”

라는 순례단장 이필완 목사님의 기도로 종료되었습니다.


<그 길에서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순례단이 강을 따라 걸으면서 받는 감동은 자연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강과 함께 오랜 세월을 살아오신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의 자연을 닮은 모습에서 감동을 받기도 하며,

그분들이 이루어놓은 공동체에서 자연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른 아침의 안개에 이어 무더웠던 날씨에 힘겨웠던 순례단은 한 마을에서 이루어진 꿈같은 일에

큰 감동과 기운을 받았습니다.

무안군 몽탄면 사창3리(덕암리) 마을에 들어섰던 순례단이 마을회관 앞에서 그늘을 찾아 쉬고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장두례(72) 할머니께서는 서울에 살고 계시는 아드님에게서

“오늘 11시 경에 마을 앞으로 순례단이 지나갈 것’이라는 연락을 받고 동네 할머니들과 순례단을 찾고 있었노라”며,

눈물을 글썽이시며 “나이 많이 먹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먼 길을 가냐? 밥은 어떻게 먹고 다니는 것이냐”

순례단의 건강부터 걱정해주셨습니다.

또한 “애 아버지(양평열.74)는 방금 전에 외부로 나갔는데, 같이 있었으면 많이 좋아하였을 것”이라고 하며

순례단을 만난 것을 기뻐하셨습니다.

불자이신 어머님을 위해 순례단의 수경스님께서 가지고 계신 염주2개를 아드님과 어머님의 건강을 기원하며 건네셨습니다.


덕암마을 마을회관 바로 옆에 있는 어머니 집뿐만이 아니라 마을의 집마다 달려있는 주소 번지 안내판은

겹겹이 쌓인 산을 굽이쳐 돌아가는 영산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처럼 어머니의 마음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영산강 사람들의 ‘돌봄의 마음’을 보는 것 같습니다.



어머님이 걱정하시는 것은 비단 순례단의 건강만이 아닐 것입니다.

어머니가 살아오셨던 그 모습처럼 흐르고 흘러가는 강물이 평화롭게, 자연의 순리처럼 흘러가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덕암리 마을회관을 벗어나 다시 길을 재촉하는 순례단을 바라보시며 어머니께서는

마을 어귀에서 순례단을 향해 연신 손을 흔드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순례단에게 음료수를 마시라며 3만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영산강 큰 물의 모습을 닮은 어머니를 만나 순례단은 참 행복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자연을 닮은 마을들>

오늘 순례단은 재미있는 지역 명칭과 지형의 이름을 만났습니다.


학산리 마을 앞으로 있는 산은 멀리서 보았을 때 잉어 모양을 하고 있어 ‘잉어산’이라 불리우며,

무안군 몽탄면 소재지의 ‘저두마을’은 산마을 형세가 돼지머리 모양이라 ‘저두 혹은 돈머리’ 마을 이라 불리우고 있다 합니다.

‘두암리’는 마을의 다섯군데에 바위가 있는데 일명 말바위라 하여「두암」이라 불리어 오다가

풍수지리설에 따라 마을 좌우에 우마산, 말산, 돼지머리와 닭머리가 있고, 마을 뒷편에 노리봉과 송아지 독굴이 있는데

그 지세가 송아지가 풀을 먹고 있는 모습과 같다하여 「초당산」이라 칭하게 되었다 합니다.(몽탄면 홈페이지 참조).



비단 이 지역만 이런 이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방방곡곡의 마을 이름들은

이렇듯이 자연을 그대로 형상화하여 불리우는 지역 명칭이 많습니다.

비록 요즘에는 지역의 경관과는 무관하게 아파트가 워낙 많이 들어서서

‘oo 아파트 oo단지’라는 이름으로 지명을 찾거나 주소를 표기하는 것이 많아졌기는 하지만,

이름 하나에도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자 하였던 선조들의 지혜를 배워,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 명칭을 통해 우리의 아이들에게 알려주면서 자연을 닮게 하면 좋겠습니다.


<99굽이 영산강을 보다>

오늘 순례단이 걸었던 이 지역은 도보로 느끼는 영산강의 모습과 하늘에서 보는 영산강의 모습이 완연히 다른 지역입니다.

순례단이 길을 시작한 몽탄역 소재지의 영산강은 어제 소개한 바와 같이 식영정 인근의 이산리에서 태극의 모양으로

영산강이 굽이치는 지역이며, 점심식사를 한 동강교 하류에서 함평천이 합류하며,

일정이 종료되었던 이별바우산 상류는 고막원천이 합류하는 지역입니다.


이 지역 역시 영산강이 태극 문양으로 굽이치는 지역입니다. 그만큼 다양한 경관을 자랑하는 지역입니다.

자연의 손길이 수천년의 세월을 거쳐 흘러오면 만든 이 경관을 보고 있으니,

운하 추진론자들이 어떻게 운하 계획을 구상할 수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영산강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에는 이러한 태극모양의 사행천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대부분 사행천은 경사가 완만한 지역에서 강물의 흐름에 따라 수로 안팎의 흐름이 다르며,

이에 따라 퇴적의 양상이 달라집니다. 이러한 사행천은 세월에 따라 지형의 변화를 볼 수 있으며,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강이 걸어온 길을 살펴 볼 수 있는 지역입니다.


운하는 이러한 사행천이 걸어온 지난한 역사를 파괴하는 정책입니다.

화물선이 운행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직선에 가까운 수로를 확보하여야 하며,

회전부는 100여m에 달하는 화물선의 운행을 위해 경우에 따라서는 300여m에 달하는 수로폭을 확보해 주어야 합니다.

경부운하 구간을 답사하면서 설명드렸던 문경의 고모산성 지역처럼 사행천으로 흐르는 지역은

수로의 직선화를 위해서는 훼손이 불가피한 지역입니다.


순례단은 오랜 억겁의 세월동안 물결이 흐르고 흘러 만들어 놓은 사행천의 지형을 보면서 자연이 기록하는 시간을 보게 됩니다.

그 시간동안 영산강은 수많은 우리 역사를 품어왔으며, 앞으로도 오랬동안 우리와 함께 흘러갈 것입니다.

자연이 기록하는 그 억겁의 세월에 비추어 찰라의 순간에 불과할 ‘이명박 정부’와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계획에

영산강이 훼손될 지 모르다 하니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99굽이 돌아가는 영산강은 아직 살아있습니다.

운하가 아니라 영산강을 강답게 흐르게 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영산강 순례 일정 첫날부터 순례단의 길 안내를 해주시고 계시는 ‘영산강 살리기운동본부’의 김도형 사무총장님은

“순례단 소식을 듣고 직접 도움을 드리고 싶던 차에 다행히 이 지역을 거쳐 가셔서

답사와 길 안내를 통해 도움을 드리고자 참여 하셨다”고 합니다.

“운하는 강의 수질과 생태보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강이 흘러야지 콘크리트 옹벽에 가둬두면 물이 썩어 강의 기능을 상실한다”

고 우려하시더군요. 또한 운하 계획 자체가 “개발론자와 현 정권 등에 직접 연관성 있는 사람들의 잔치”라고 합니다.

영산강 운하의 문제점을 조목 조목 이야기 하시는데,

“현재 계획처럼 운하건설이 되면 목포와 남창교까지 12시간의 이동시간이 걸린다.

또 전남지역이 물류가 많은 곳이 아니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며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셨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자연을 변화시키는 큰 일을 하기보다는 치밀한 연구와 조사를 통해

소중한 자연을 후손에게 잘 물려주길 바란다”고 희망하였습니다.


구례에서 오신 흐물님은 자신의 별칭이 흐물이라고 하십니다.

운하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 사회가) 행복과 삶의 가치가 왜곡되게 추구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저는 되도록 생명이란 시각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려고 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적 행복은 다른 사람에게 불행이 될 수 있다”라고 지적하셨습니다.

“운하는 생명의 논리에 맞지 않는다. 순리에 역행하는 일이며 그것이 바로 모순”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순례와 관련하여 “처음 시작처럼 순례의 길이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함께 생각하며

성찰의 장을 열어가는 길이 될 것을 염원”하시며 오늘 하루 순례 길을 잘 마치셨습니다.


함평에서 오신 천병학님께서는 “운하 자체는 반생명적인 사업이며, 수질 관리를 포기하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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