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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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일째....

자연지키미 | 2008.04.15 20:26 | 조회 2263
63일째

<십여리에 이르렀다는 풍영정 앞 백사장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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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운하 계획 구간의 마지막 지점을 통과하였습니다.
영산강 하구언에서 여기 광신대교에 이르는 구간에 운하를 만들겠다는 발상이
어떻게 구상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영산강 호남 운하 계획은 이미 파헤쳐지고 훼손된 영산강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폭력적인 발상에 불과합니다.




<극락교에서 용두교까지>

순례단은 오늘로 영산강 호남 운하의 마지막 지점이라는 광신대교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리고 광신대교를 지나 다시 영산강 본류 구간에 대한 순례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영산강 하구둑에서 출발한 영산강 구간은 전체 길이가 84km에 불과합니다.
순례단은 이 짧은 거리의 영산강 본류를 이용하여 운하를 건설하겠다는 정책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마지막 지점인 광신대교에 이르러서도 운하 추진 정책의 실체를 찾지 못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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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일정은
“오늘 하루 평화를 빕니다. 오늘 참여하신분께 순례선물을 나눠 드리겠습니다.
보통은 눈이 먹는 것이 아닌 배를 위해서 먹습니다. 인간만이 눈을 위해서 먹습니다.
온몸으로 강을 느낄 수 있는 선물을 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는 김민해 목사님의 기도로 하루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극락교에서 출발하여 광신대교를 지나 용두교에 이르는 영산강 호남 운하 예정지의 마지막 구간의 순례를 진행하였습니다. 이 구간은 광주 도심지를 지나 광주시와 담양의 경계에 이르는 지역입니다.

영산강 본류는 이 지역에서 광주천 및 풍영정천 등을 만나며,
영산강 본류 유지수량의 절대치를 담당하는 하수종말처리장 처리수가 2곳에서 유입되는 곳입니다.
또한 극락교 및 극락대교를 비록하여 무진로의 어등대교, 광신대교 및 철교, 산동교 및 (구)산동교, 영산교, 첨단대교, 용두교 등의 교량을 만났습니다.
이중 광신대교 하단에 있는 극락교 및 극락대교, 어등대교 등은 운하 추진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모두 공사를 해야 하는 교량들입니다.
모두 수심이 깊지 않고 낮은 지역은 1m도 되지 않는 지역이 많으며, 일부 지역은 흐르는 영산강의 바닥이 그대로 육안으로 관찰되기도 합니다.
운하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자연하천을 조성하는다는 이름을 빌어서 하천 바닥을 준설하고 굴착하는 공사를 해야 하는 지역들입니다.


<극락교에서 발자국을 보았습니다>

오늘 일정을 출발한 지점은 극락교 하단입니다.
극락교는 광주시 서구와 광산구를 연결하며 교통량이 매우 많은 다리입니다.
바로 운하 예정 구간인 극락교 인접한 상류에는 광주시 동송정역과 서광주역을 연결하는 호남선 철도가 위치해 있습니다.
어제 소식에서 전한바와 같이 극락교 하단에 유량조절지댐(갑문 혹은 보)가 만들어지며,
이 지점부터 오늘 일정에 위치해 있는 광신대교까지 수심 6m를 확보하여 운하 마지막 구간이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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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교가 위치해 있는 지역은 수심이 매우 낮은 지역입니다.
순례단은 극락교에서 운하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어,
순례 출발에 앞서 극락교 다리밑을 산책하다가 동물들의 흔적을 발견하였습니다.
많은 동물의 흔적을 발견한 것은 아니지만, 새 발자국과 고라니 등의 발자국을 찾았습니다.

발자국만 보아서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리 위를 오가는 수많은 차량 소음과 매연속에서 어떻게 이 지역으로 동물들이 오가는지 모르겠더군요.
다리밑에 잠시 있는 동안에도 차량 소음과 매연, 폐수가 심함을 느끼는데, 이러한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의문입니다.
아마도 고라니 등은 극락교 하류(영산강 하류) 지역에서 이곳까지 이동 하는가 봅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한다는 것은 인간이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자연과 동등한 위치에서 공생의 방안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기실 우리 사회에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차별과 불평등이 그대로 인간과 자연간의 관계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근현대화 과정은 자연에 대한 무자비한 수탈과 훼손의 역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선진국을 지향한다는 지금도 새만금처럼 귀중한 자연 유산이 아무런 타당성 없는 정책에 의해 파괴되고,
급기야 선진국을 지향한다는 이번 이명박 정부는 아예 국토 전체를 공사판으로 만들 계획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자연을 훼손하고 파괴하는 대가로 선진국이 되겠다는 발상은 구시대적인 패러다임의 산물입니다.
오늘의 자연 생태계를 훼손하고 미래에 자연 생태계와 국토를 보전하겠다는 것은 공상에 불과합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가 훼손한 자연과 국토는 우리 후손이 살아야 하는 보금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운하 정책은 우리 시대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국토와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정말 나쁜 발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야생동물이 지금보다 더 많이 우리 주변에서 관찰되고 인간과 공생하는 사회.
그러한 사회를 만들어 갈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운하 추진 정책은 중단되어야 할 것입니다.



<풍영정(風詠亭)만 남고 그 옛날 그 모습이 없었습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창동에 위치한 광신대교. 영산강 호남운하 추진정책의 마지막 지점입니다.
그 광신대교 뒤편에는 조선 중기에 만들어진 ‘풍영정(風詠亭)’이라는 오래된 정자가 있었습니다.
1984년 광주시 문화재자료 제4호로 지정된 풍영정은 영산강(극락강)이 휘돌아 흐르는 칠천(漆川) 언덕에 있는 정자로 광주와 광산 일대의 100여 개 정자 중 대표적인 곳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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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영정은 1560년 관직에서 물러난 칠계 김언거(金彦据) 선생이 낙향하여 지은 정자입니다.
그동안 순례단이 영산강 구간을 따라 오면서 여러 정자를 소개하였는데,
풍영정은 앞서의 정자와 다른 점이 먼저 눈에 들어오더군요.
정자 내부를 빼곡히 채운 선인들의 편액(扁額)이 눈에 먼저 보였습니다.
당대의 명필이었던 한석봉(韓石奉) 선생의 ‘제일호산(第一湖山)’이라는 현판을 비롯하여 눈으로 일일이 헤아리기 힘든 70여편의 편액들이 정자를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광산김씨 칠계공파에서 여러 선현들의 고매한 생활철학과 정신세계를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거울로 삼고자, 풍영정의 편액에 있는 한시들을 모아 풍영정시선(風詠亭詩選)을 출간하였다 합니다.
그 자료에 보니

“풍영정에서 바라보이는 경관은 동으로는 무등 영봉,
남으로 금성산,
백리 밖엔 소금강이라 불리는 월출산이 바라보이고,
북녘 담양 용추산에서 발원하여 철정 무휴 흐르는 칠천(극락강)이 풍영정 절벽 기슭을 휘감고 돌아
앞으로 십여리에 펼쳐진 백사장과 모래톱, 버드나무 숲 광활한 들녘인데
정자에 앉아 이 경관을 굽어보고 있으면 정자가 마치 강심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정자를 둘러 싼 이 같은 산천의 절경을 보고 희대의 명필 한석봉이 찬탄하면서
제일호산이라 휘호하고 그 현판이 오늘에 전해온 사실로도 넉넉히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고 하더군요.(광산김씨 칠계공파 문중의 풍영정시선 중 인용)

선인들이 제일호산이라 칭하고,
“자연과 시를 아끼고 사랑한 명인들이 회동하기를 소원하였던 곳이기에 당대 쟁쟁한 문인들이 주옥같은 시를 창수하였다”
는 풍영정.
그러나
이제는 선인들의 시에 감탄하기보다는 풍영정 앞으로 흐르는 영산강의 현실을 보면서 한탄만나오게 되었습니다.

풍영정 밑으로 도로와 철도가 나있고, 앞에는 탁한 물결이 흐르는 영산강만 있었습니다.
십여리에 이른다는 백사장은 모두 사라지고 강건너 보이는 것은 모두 아파트군락지들이었습니다.
문화유적을 보호한다는 것은 문화유적지 시설만을 보호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문화유적이 유적지로서 남을 수 있었던 주변 자연환경의 보호도 함께 필요할 것입니다.
식영정에서 풍영정에 이르는 구간에서, 영산강에 화물선이 떠 다니는 모습이 아니라 맑게 흐르는 영산강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 문화재가 문화재로서 유지되게 하는 시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영산강 호남운하 계획의 마지막 종점이라 할 수 있는 오늘 여정은 풍영정을 지나
아이들이 영산강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그린 산동교를 거쳐,
첨단지구의 용두교에서
“함께 걷는 동안 행복했습니다. 걸으면서 인생설계의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좋습니다. 오늘 하루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월산동 이영선 신부님의 기도로 하루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금호동 성당의 고근석 신부님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인간이 지킴이 역할을 하지 않고, 개발이라는 명목아래 함부로 월권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가슴이 아프셨다”며 그로 인해 참여 하시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운하는 무모한 개발정책이며 일부 기득권에게만 득이 되어 결국 국토황폐화와 국가적 경제 퇴보를 가져올 것”이라며 추진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셨습니다. “만일 추진된다면 몸으로라도 막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운하 정책이 추진되는 것과 관련하여 “문제는 풍요속에 빈곤이라고 하여 외적인 발전의 지향이 문제입니다. 그러나 있는 사람이 빈곤한 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공유한다면 일부 특권층의 삶을 지향하는 생각은 사라질 것”이라며 현재 우리 사회의 삶에 대한 가치관의 문제도 지적하셨습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은 공약 때문에 당선이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라며, 국민들과 진솔한 대화를 통한 공감대 형성을 토대로 정책을 펴주기 바란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월산동 성당의 이루카 수녀님은 이영선 신부님과 신도 20여명과 함께 참여하셨습니다. 수녀님은 “강을 보면서 강은 하느님이 주신 에덴이며 에덴에서 살고 싶은 마음으로 기도걸음에 임하셨다”고 도보순례의 소감을 말씀하셨습니다. “강은 항상 스스로 성장하며 흐름니다. 인간으로 표현하자면 운하로 인해 강이 정신지체의 상태로 바뀔 것 같아요. 강은 나의 삶과 다르지 않은데, 강을 파괴하며 억지로 세상을 바꾸려는 것은 결국 나의 삶을 파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강이 그대로 보전되기를 바라셨습니다. 이밖에 “
우리 민족은 지혜가 뛰어나지만 그릇된 욕심이 오히려 바벨탑과 같은 그릇된 결과를 낳을 것 같습니다. 항상 욕심을 버리고 자기 정화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스스로 자각함을 촉구하셨습니다. 또 “개인적으로도 좀 더 가난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청빈한 삶은 주위를 변화시키고 감동시킵니다. 운하도 이러한 삶을 추구하면 저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소중한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원불교 광주 전남교구의 오신성 교무님은 오늘 몇몇 교무님과 함께 순례단을 위해 점심 식사를 정성스럽게 준비하셨습니다. “
강물은 흐르는 것입니다. 만 생명들은 나름대로의 본분을 합니다. 콘크리트 옹벽을 쌓으면 당연히 생명이 죽어 본분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생명의 고귀함을 강조하셨습니다. 또 “천지만물의 은혜에 보답해야 하는데 오히려 역행하고 있으니, 운하로 인해 결국 엄청난 재앙이 따를 것”이라고 우려하였습니다. 이명박 정부와 정치인들에게도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과, 환경과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는 정부가 되어 줄 것”을 부탁하셨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오늘 순례단에서는 김민해 목사 /최종수 신부 / 문규현 신부 / 김경일 신부 / 홍현두 교무 / 김현길 교무 / 수경스님 / 도법 스님 / 연관 스님 / 지관 스님 / 박남준 시인 / 이원규 시인이 참여하였습니다.

하루 순례길 동참자로는 홍기혁(환경운동연합) / 황기창(광주천지킴이모래톱) / 문길주(민주노총) / 최지연, 임낙평(광주환경연합) / 김다리아 수녀, 강리사 수녀, 변찬석 신부 등(월곡동) / 김성룡 목사(광주고백교회) / 고근석 신부, 김영찬 등(금호동 성당) / 행법 스님(선덕사) / 이영선 신부, 이루카 수녀 외 20명(월산동 성당) / 서마리아(광주) / 김형은(광주어린이도서연구회) / 장경훈(창조한국당) / 오신성 교무 외 4명(원불교 광주전남교구) 등이 참여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제64일 / 4월 15일(화)
용두교-용산교(광주와 담양 접경)-담양습지-서천보-삼지교-용보건너-마학교 다리건너-관방제림(담양 객사리) ※ 담양습지구간을 점심 12시에 도착할 시. 관방제림까지...

● 제65일 / 4월 16일(수)
관방제림 (담양 객사리) - 담양댐(담양 금성면 대성리) / ⇒ 담양 용소, 영산강 발원지에서 마무리 의식

● 제66일 / 4월 17일(목)
(새만금 지역에서) 휴식 및 개인 정비

● 제67일 / 4월 18일(금)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부안까지 순례 진행

* 정확한 출발 장소 및 시간은 도보순례단에게 전화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민주노총 문길주 선생님이 길안내를 후원해주셨습니다.
* 광주환경연합 임낙평집행위원장님께서 영산강에 대한 설명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원불교 광주전남교구에서 점심식사를 후원해주셨습니다.
* 광주 월산동 성당에서 저녁식사와 마음을 모아 후원해주셨습니다.
* 광주 무등교회에서 저녁 숙박장소를 후원해주셨습니다.
* 광산김씨칠계공파문중의 도유사(都有司) 김량중 선생님께서 순례단 모두에게 풍영정에 대한 설명과 함께 ‘풍영정시선집’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도보순례 1일 참가 일정과 수칙은
www.saveriver.org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2008. 4. 14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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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 백지화 종교환경회의 다음 카페 -- http://cafe.daum.net/xwater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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