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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아는만큼 보입니다.

가람지기 | 2006.04.26 15:20 | 조회 2729

절, 아는만큼 보인다

<경향신문 2006/4/26/수/M2면>

부석사 무량수전의 불상은 왜 법당 정면이 아니라 왼쪽 벽에 앉아 있을까? 무량수전이 서방 극락의 주재자인 아미타불의 법당이기 때문이다. 불상이 서쪽을 보도록 배치됐다. 그렇다면 얼핏 보아 똑같아 보이는 불상들은 어떻게 구분할까? 불상의 머리는 왜 꼬불꼬불할까? 아무리 세어봐도 6층 석탑인데, 왜 5층 석탑이라고 하는 것일까? 호기심을 갖고 절집 구석구석을 둘러보면 궁금한 것이 많다. 마침 다음달 5일은 초파일. 절집에 가거든 그냥 한바퀴 휙 둘러보지 말고 꼼꼼히 챙겨보자.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재미있어진다.





Q:일주문엔 왜 문이 없을까?

A:도둑을 막기 위한 문이 아니라, 번잡한 세상과 불법의 세계를 나누는 상징적인 문이기 때문이다. ‘일주(一柱)’ 문이지만 기둥 수는 대개 2개. 부산 범어사 일주문은 기둥이 4개다. 옆에서 볼 때 기둥이 한줄로 보인다고 해서 ‘일주(一柱)’문이다.

Q:천왕문의 무서운 천왕들은 누구일까?


A:천왕은 동·서·남·북 천지사방의 수호신. 악한 것을 막고 불법을 보호한다. 손에 든 것으로 방위를 구분한다. 칼을 든 지국천왕은 동쪽, 용과 여의주를 든 증장천왕은 남쪽, 탑과 삼지창을 든 광목천왕은 서쪽, 비파를 든 다문천왕은 북쪽을 지킨다. 천왕문을 지나 금강문이 있는 절도 있다. 절을 지키는 금강역사(力士) 2명이 있는데, 오른쪽은 입을 벌리고, 왼쪽은 입을 다물고 있다.


Q:법당 벽에 그려진 그림의 뜻은?

A:소와 동자가 나오는 그림은 ‘심우도(尋牛圖)’다. 평범한 중생(동자)이 본성(소)을 찾아가는 과정을 10장으로 나눠 그렸다. 소의 몸이 검은색에서 흰색으로 변하는 것은 소 길들이기, 즉 마음을 닦는 단계를 나타낸다. 법주사 팔상전처럼 ‘팔상전’ ‘영산전’이란 이름의 법당에는 부처의 일대기를 그린 ‘팔상도’가 있다. 부처의 탄생부터 열반까지를 8장으로 나눠 그린 그림이다.


Q:불상의 머리는 왜 꼬불꼬불할까?

A:실제 부처(석가모니)는 출가한 승려였으니 머리를 삭발했을 것이다. 그러나 불상을 만들 땐 ‘부처의 모습이 이러하다’고 32가지 특징을 규정한 ‘32길상’을 따른다. ‘주먹 같은 상투가 있고, 몸이 금색이며, 이마 중간에 흰 털이 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머리 위에 상투를 올리고, 금빛으로 칠하고, 이마에 수정 같은 보석을 끼워넣었다. 목의 세 줄기 주름과 몸 뒤의 후광처럼 보이는 광배도 32길상에 따른 것.


Q:절엔 어떤 불상들이 있나?

A:법당의 이름은 그 안에 있는 부처에 따라 지어진다. 우리나라엔 석가모니불이 있는 대웅전이 가장 많다. ‘위대한 영웅(大雄)’은 유혹을 뿌리치고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를 가리킨다. 석가모니불·아미타불·약사여래불의 세 불상이 나란히 있으면 격을 높여 ‘대웅보전’이라고 한다.

극락세계를 다스리는 아미타불이 있는 법당도 많다. 부석사 무량수전, 봉정사 극락전처럼 극락전·무량수전·아미타전이란 이름이 붙으면 아미타불의 법당이다. 금산사 미륵전은 미륵불의 법당. 미륵은 말세에 나타나 인간을 구원할 부처다. 힘없는 백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신라 말기의 궁예는 스스로를 ‘미륵’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약사불과 관세음보살을 각각 봉안한 약사전과 관음전도 많이 지어졌다. 인간의 질병과 고통을 없애주는 부처인 약사불은 한 손에 약병을 들고 있다.

Q:부처는 누구고, 보살은 누구인가.

A:부처상과 보살상은 머리 장식으로 구분한다. 머리가 검고 꼬불꼬불하면 부처상, 보관(寶冠)을 쓰고 있으면 보살상이다. 보살상은 하늘거리는 옷을 입고, 화려한 장신구를 둘렀다. 부처는 깨달음을 얻은 이, 보살은 깨달음을 얻었지만 아직 부처가 되지 않은 이를 가리킨다. 절에서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사람을 ‘보살’이라고 부른다. 절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를 ‘보살’이라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Q:비슷비슷하게 생긴 불상을 구분하는 방법은?

A:법당 이름과 손모양으로 알 수 있다. 석가모니불은 석굴암 본존불상처럼 왼쪽 손바닥을 위로 보게 해 무릎에 얹고, 오른손으로는 땅을 짚는 ‘항마촉지인’이 많다. 아미타불은 대개 검지나 중지를 엄지에 갖다대 원모양을 만든 모습이다. 불법을 상징하는 비로자나불은 왼쪽 검지를 오른손으로 감싸쥐고 있다.



Q:불상이 없는 법당도 있다는데?

A:양산 통도사 대웅전엔 불상이 없다. 부처의 진신사리가 있는 사리탑이 있기 때문에 별도로 불상을 둘 필요가 없었다. 진신사리가 있는 법당을 ‘적멸보궁’이라고 한다. 통도사, 오대산 상원사,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 설악산 봉정암은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이다.



Q:탑의 층수는 어떻게 세나.

A:처마 모양의 지붕돌만 세어보면 된다. 지붕돌이 3개면 3층탑, 5개면 5층탑이다. 아랫부분은 받침돌, 기단이다. 탑은 부처의 사리를 넣기 위한 무덤이었으나 후에 불법의 상징물로 변했다. 탑 안에는 사리함 같은 보물을 넣었다. 고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도 불국사 석가탑 안에서 발견된 보물이다.


〈최명애기자 glauk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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