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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나는 무엇인가?

혜정 | 2012.09.08 09:34 | 조회 2022

오늘의 나는 무엇인가?  / 법정(法頂)스님


  “전생의 일을 알고 싶거든 현재 내가 받는 것을 보라. 내생의 일을 알고 싶거든 현재 내가 짓고 있는 것을 보라.”

〈인과경〉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삶과 죽음을 끝없이 되풀이 하는 삼사라의 세계에서, 인간 존재는 마치 바다에 떨어진 한방울의 물방울처럼

여러 다른 존재들과 어우려져 한 생명의 바다를 이루며 이런저런 관계로 얽혀 있다.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함은 만물의 인연법을 깨달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부처님은 인(因)과 연(緣)의 진리를 깨닫고 나서 그것을 설할 것인가를 놓고 망설였다고 한다.

세상 사람들은 욕망을 즐기고, 욕망에 빠지고, 욕망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 법을 설해도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중아함경〉에서 부처님은 “인과 연의 법칙을 이해하는 자는 진리를 아는 자이다.”라고 했다.


   한편 인과 연의 법칙에 대해 부처님은 〈상응부〉경전에서 이렇게 정의한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면 저것이 일어난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 이것이 소멸하면 저것이 소멸한다.”


   삶은 동시에 의존관계로 엮어 진행된다. 모든 존재는 인과 연의 법칙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어떤 존재도 우연히 혹은 독립적이고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반드시 그 존재를 성립케 하는 원인과 조건이 있다.

나는 너의 원인과 조건이 되고, 너는 나의 원인과 조건이 되어 줌으로써 우리는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이것을 진리의 세계에서는 상호의존적 존재라고 한다.

내가 사라지면 너의 존재도 소멸된다. 너의 존재가 사라지면 나의 존재 역시 소멸되어 버린다.


   한 생에서 뿌린 말과 행위의 씨앗들은 그 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생으로 또 다음 생으로 이어지면서 생의 모습을 결정짓는다.

 나와 너의 관계는 신의 장난처럼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전생에서 뿌린 업의 결과이다.  

  자신이 뿌린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고스란히 거두게 된다는 것이 우주의 질서이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은 잔상으로 남아 다음에 올 일들에 영향을 미친다.

마치 안개 속에서 옷이 젖듯, 향기 속에서 냄새가 배듯 훈습이 된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업의 파장이라고 한다.

우리가 순간순간 일으키는 마음, 생각, 행동이 모두 업이다. 자신이 지은 업은 반드시 이번 생이나 다음 생에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이것이 바로 인과관계의 질서이다. 부처님 역시 보리수 아래의 깨달음 이전에 몇 겁의 나눔이 있었다.

깨달음은 그 나눔의 결과인 것이다.


   모든 존재는 행복을 추구하고 불행을 피하려는 욕구를 지니고 있다.

인과 연의 법칙은 불행의 원인이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그 원인을 바로잡을 수 있는가를 밝혀 주는 진리이다.


  그러나 자신을 형성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지금 이 순간의 자기 자신에게 있다.

아무리 외적 환경이나 관계들이 전생의 삶의 결과라 할지라도,

그것이 지금의 자기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 점에서 인연론은 운명론과 다른 것이다.

자신이 지금 이 순간 어떤 생각과 말과 행동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앞으로 이어질 삶의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법구경〉에서 부처님은 이렇게 설한다.


“오늘은 어제의 생각에서 비롯되었고, 현재의 생각은 내일의 삶을 만들어 간다. 삶은 이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이니, 

  순수하지 못한 마음으로 말과 행동을 하게 되면 고통이 그를 따른다. 수레의 바퀴가 소를 따르듯.”

  삶에는 많은 방향이 있으며, 어떤 방향을 선택할 것인가는 지금 이 순간의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 

  이 선택의 자유는 가장 큰 선물이다.

  인간의 삶은 날실과 씨실로 짜 나가는 한 장의 천이다.

지금 이 자리, 그대가 더하는 실은 무슨 빛깔인가.


     ※'법정스님'께서 지으시고 '문학의 숲'에서 발간한 『인연 이야기』에 있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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